獨주간지 인터뷰…포용→통제 정책기조 선회 부인
"난 현실주의자…인간존엄 절대가치라면 국경서 끝나선 안돼"

유럽의 난민 포용정책을 대변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국경통제를 난민사태 해결의 열쇠로 보는 시각을 비판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5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디 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발칸 루트 폐쇄가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분명하게 아니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과 터키의 협정이 발효되기 전 몇 주 동안 독일에는 전보다 적은 수의 난민이 도착했지만, 대신 그리스에 4만5천명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에 도착하는 난민 상당수가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독일의 이익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아프리카의 안녕도 독일의 이익에 포함된다"면서 "아프리카의 안정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난민 문제에 대해 포용에서 통제로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도 부인했다.

그는 "정책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그 근간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최대한 무시하고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는 난민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난민의 인권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매몰돼 이상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나는 현실주의자이며, 이 문제는 바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작년 9월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방침으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100만명에 가까운 난민이 독일로 몰려들면서 비판을 받았고 결국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은 주의회 선거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이후 독일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일련의 기준을 제시하고 부적격 난민을 조속히 돌려보내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난민 문제에 대해 EU와 독일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시인하면서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인간으로서 난민의 존엄성을 절대적 가치로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인간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인간 존엄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명제가 독일 국경에서 혹은 유럽의 경계에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독일은 작년 한 해 동안 독일로 유입된 망명 희망자가 애초 알려진 110만명보다 작은 89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망명 희망자가 여러 곳에 중복해 등록하는 바람에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