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트럼프 대항마 '급부상'…힐러리, 샌더스 돌풍 겨우 잠재워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 3차 관문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갔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공화당 경선 구도는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민주당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돌풍의 주역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누르고 승리했다.

◆루비오, ‘트럼프 대항마’로 주목

마코 루비오
마코 루비오
트럼프는 이날 득표율 32.5%(99.9% 개표 기준)로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22.5%),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22.3%) 등을 제치고 승리했다. 그 뒤는 부시 전 지사(7.8%),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7.6%), 벤 카슨(7.2%) 순이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1차 경선에서 크루즈 의원에게 졌지만 2, 3차 경선에서 큰 표차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세론을 굳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부시 전 지사는 이날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초 출마선언 때만 해도 ‘부시가(家)의 세 번째 대통령’ 가능성이 예측되면서 자금과 사람이 몰렸다. 그의 아버지는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 형은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다.

뉴욕타임스는 “부시가 트럼프의 독설에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1, 2차 경선에서 3위권에 들지 못한 데다 ‘마지막 보루’로 여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저조한 득표율이 나오자 대권의 꿈을 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의 낙마로 루비오와 크루즈가 트럼프 대항마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고 보도했다. 루비오는 뉴햄프셔에서의 부진(5위)을 딛고 이날 2위에 오르며 경선에 힘을 받게 됐다. 특히 히스패닉·플로리다·공화당 지도부 등 지지 기반이 겹치는 부시 전 주지사가 중도 포기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WP는 “공화당 지도부는 루비오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루즈 의원은 “나는 언제나 예상을 깨는 결과를 냈다”며 “보수주의가 우리의 선거운동을 통해 단일화될 수 있고, 우리가 트럼프를 이겼거나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상승세 살릴 수 있을까

민주당 경선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은 52.7%(100% 개표)의 득표율로, 47.2%를 얻은 샌더스 의원을 5.5%포인트 차로 제쳤다. 클린턴 전 장관은 1차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0.3%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긴 뒤 2차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2.4%포인트 차로 대패하면서 위기론에 휩싸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네바다에서 경선 직전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캠프 전체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코커스(당원선거)에서 1위에 오른 뒤 남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의 축하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웃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코커스(당원선거)에서 1위에 오른 뒤 남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의 축하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웃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노동조합 △장년층 △히스패닉·흑인 등의 지지를 업고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승리 확정 후 “미국인은 화낼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진짜 해결책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23일 네바다 코커스, 민주당은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등 각자 4차 경선을 치르고 다음달 1일 ‘슈퍼 화요일’을 맞는다. 이날 민주당은 사모아 자치령을 포함한 총 12개주에서, 공화당은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을 치른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