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함에 따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영국 내 반(反)이민 정서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권자들이 2017년 브렉시트 결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약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EU 가입 후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재정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브렉시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영국에서는 다른 EU 국가에서 넘어온 이민자가 크게 늘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졌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당은 한 해 6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 수를 10만명 수준으로 축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민자 문제 등에서 EU 인권법 대신 영국 인권법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포함해 EU 협약 개정을 요청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과 협약 개정 협상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영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 베텔스만재단과 민간경제연구소 Ifo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203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GDP의 14%에 해당하는 3134억 유로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산업연맹(CBI)도 EU 탈퇴는 영국의 미래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브렉시트를 더 두려워한다”고 보도했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의 EU 탈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EU 탈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들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을 비롯해 노동당, 스코틀랜드독립당(SNP) 등 야당들은 EU 탈퇴에 부정적이다. 미국 포브스는 “스코틀랜드의 영국연방 잔류와 보수당 지지층인 기업인들의 부정적인 인식 등을 고려하면 캐머런 총리가 EU 탈퇴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