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로 여배우인 모리 미쓰코(森光子)씨가 89세 생일을 맞이한 9일 자신이 주연하는 롱런 연극인 '방랑기'의 2천회 공연을 달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대역을 쓰지않은 단독 주연으로서는 세계적인 롱런 기록이다.

또한 미수(米壽.88세)를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며 전성기에 못지않은 연기를 거뜬히 소화해냈다는 점에서도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위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밤 도쿄(東京)의 데이코쿠(帝國)극장에서 있은 2천회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대기록의 금자탑을 쌓은 '국민 배우' 모리씨에게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축하를 해줬다.

모리씨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막간 휴식을 포함해 장장 4시간이 소요되는 공연을 위해 몸을 구부렸다 펴는 굴신운동을 하루도 거르지않고 평소보다 많은 200회 이상을 하는 등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랑기는 패전후 극빈생활의 역경을 딛고 인기 여류작가로 성공한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씨의 자전적 소설을 1961년 처음 무대에 올린 것으로, 48년째 롱런하고 있고 있다.

이번 공연은 오는 29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그의 롱런 기록이 2017회까지 늘어나게 된다.

모리씨는 첫 공연 이후 도중에 폐염에 걸리고 유방암 수술을 받는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감기에 걸리지않고, 넘어지지않고, 의사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자"를 신조로 살아왔다고 자서전에서 밝힌 바 있다.

공연을 마친 모리씨는 "2천회 공연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면서 "방랑기는 나의 전부를 바친 것으로, 작품을 만나게 돼 너무 행복했다.

나 혼자만 행복하면 되는가 할 정도다"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교토(京都) 출신으로 여고 중퇴 후 연극계에 입문한 모리씨는 현재 연극 이외에도 방송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