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새벽 필리핀에서 발생한 이슬람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 최고위급 조직원 탈옥사건은 경찰 조직내의 만연한부패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17일 밝혔다. 미국과 호주가 이번 사건 직후 JI에 의한 테러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찰조직 내에 심각한 부패 문제가 있음을인정한다"면서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폭발물전문가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파투르 로만 알-고지가 장성급 경찰 간부의 도움으로 경찰청 구금시설에서 탈출한 뒤 이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로 숨어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가능성이 높다"고 시인했다. 그는 경찰간부진과의 회동에서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옷벗을 각오를 해야 하며, 이번 사건이 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겠다"면서 "특히알-고지의 탈옥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자신을 소말리아 국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알리 라만이라는 조직의 일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이날 필리핀의 라디오 민다나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와 탈옥한알-고지가 현재 자카르타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보호 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이어 알-고지를 자신의 조직에 넘긴 장본인이 브르투스 길 필리핀경찰청 차장이라면서, 필리핀 정부가 1천만달러를 지불할 경우 알-고지를 송환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젤로 레이예스 필리핀 국방장관은 이 주장에 대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인도네시아 정부측과 이 문제를 공동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길 경찰청 차장도 "특정인을 겨냥한 암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주장에대해 강력 반발했다. 한편 필리핀 당국은 알-고지에 대해 500만페소(9만3천310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