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5시간 근무 쟁취'를 목표로 내건 옛 동독지역의 파업은 의외로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전에는 IG메탈 간부들이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집회를 열었고, 오후와 야간 시간에는 교대로 회사정문 밖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다. 업무차량이나 회사에서 일하려는 노동자들이 공장에 들어가는 것을 강제로 막지도 않았다.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 주(州) 루트빅스펠데에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은 기자가 찾아갔던 지난달 26일 오후 한창 파업중이었다. 1백여명의 노조원들이 정문밖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구트룬 크뤼거 직장평의회장은 "아침에 5백명 이상 조합원들이 모여 파업집회를 했으나 지금은 1백명 정도 남아 있다"며 "노조의 지시를 받아 파업조를 짜서 교대로 자리를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로 들어가려는 차량을 강제로 막는 것은 불법"이라며 "거래업체 차량 뿐만 아니라 회사직원들이 공장에 들어가는 것도 막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노조 파업이 철저하게 산별노조의 통제아래 진행된다. 일단 파업이 시작되면 산별노조 소속원이 파업현장에 파견돼 파업 참가자들의 출석을 체크한다. 파업참가 도장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산별노조로부터 대체임금을 받을 수 없다. 산별노조는 파업참가자에게 정상임금에 해당하는 '현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파업을 단행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지역별 또는 업종별 총파업을 하더라도 모든 사업장이 한꺼번에 파업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서 10개 회사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회사를 골라서 집중파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관철시킨다. 노조가 파업참가자의 대체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파업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제도로 인해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산별노조 조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파업은 매우 드문 나라로 꼽힌다. 산별노조의 승인을 받지 못한 파업은 노조로부터 '불법파업'으로 규정되고 대체임금도 받지 못한다. 츠비켈 IG메탈 위원장이 옛 동독지역에서의 파업 실패를 선언한 후 많은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바로 그날부터 파업은 종료됐다. 독일의 회사나 공장 단위에서는 노조가 없다. 대신 직장평의회(Betriebsrat)가 노조 역할을 한다. 산업별 노사협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새로운 기술도입이나 인력운영에 영향을 주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도 개입한다. 그러나 파업을 요구하거나 정치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노사 공동의 의사결정은 감사회(Aufsichtsrat)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종업원수가 2천명 이상일 경우 노조측에서 10명, 회사측에서 10명을 감사회 멤버로 각각 선임한다. 노사 동수로 의사결정이 안되면 주주측이 선임한 회장이 결정권을 행사한다. 감사회의 노조측 대표가 회사기밀을 유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이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