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내 개혁반대 세력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민당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고이즈미 총리는 19일 내각과 여당의 관계에 대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정책결정을 내각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언급은 지난 1960년대부터 내각이 입안한 각종 정책에 대해 여당의 관여를 허용하는 '사전(事前) 심사제'를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이며,이는 곧 자민당내 수구세력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헌법은 내각이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전에 여당의 심사와 승인을 얻는 것이 관행으로 이뤄져 왔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처럼 깊게 뿌리를 내린 여당의 사전심사제를 '파괴'하려는데는 최근 자신의 개혁노선에 반기를 들고 있는 자민당 내부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연말 일본도로공단 등 특수법인에 메스를 들이대려 하고 있으나, 자민당내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세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사전심사제 폐지는 내각의 수장을 맡고 있는 총리주도로 개혁을 강력히 밀어붙이기 위한 '극약처방'인 셈이다. 그러나 그간 여당의 사전심사제를 이용해 정치권에는 특수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른바 '족(族)의원'들이 활개를 쳐왔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자금줄'이 끊기는 사전심사제 폐지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개혁과 반개혁 세력의 대결로 번지고 있는 자민당내 파워게임을 고이즈미 총리가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연말 일본 정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