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13일 오후 5시5분

"전환사채(CB) 자체가 나쁜 게 아닙니다. 자본 시장을 좀먹는 'CB공장'이 수백개 양산된 게 문제죠. 라임 사태 때 드러난 머니게임 수법을 금융당국이 방치한 결과입니다."

코스닥시장 무자본 M&A의 첫 제도권 ‘돈줄’은 라임 펀드였다. 라임자산운용은 증권사와 손잡고 라임 펀드에 레버리지를 일으킨 뒤 ‘전환사채(CB) 쇼핑’을 하면서 기업사냥꾼에게 수조원을 대줬다. 2019년 7월 라임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뒤 CB 공장을 둘러싼 머니게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CB 공장의 폐해를 인지하고도 방치했다. 라임 펀드 투자자 보상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제재에만 몰두했다.

그 여파는 심각하다. 코스닥 적자 좀비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12월 결산법인 1328곳 가운데 396곳(30%)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규모는 3조797억원에 달한다. 2015년과 비교해 적자 기업 비중은 9%포인트 늘었고 적자 규모는 세 배 가까이 된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머니게임이 지능화하면서 투자자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일부 불공정거래에만 몰두할 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최석철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