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위기에 이어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금의 몸값이 뛰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거나 금 통장에 가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최후의 안전자산’ 금 주목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이달 들어 4주 연속으로 주간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선물 가격은 지난 24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19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주일 전보다 0.5% 올랐다.
잇단 은행 위기에…다시 뜨는 '금 투자'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207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금선물은 작년 9월 ‘킹달러’ 여파로 16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 20일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2000달러 선을 넘었다.

국내 금값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은 20일 36만2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작년 말(32만원)에 비하면 13.1% 올랐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도이체방크 위기설까지 글로벌 은행권 불안이 이어지면서 최후의 실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고물가 환경이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티나 텡 CMC마켓 분석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중단 시기를 앞당기면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2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도 인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를 판매하는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국민은행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11.64㎏에 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9억8100만원어치다. 작년 3월 한 달 판매량(8.85㎏, 7억원)을 한참 넘어섰다. 지난 2월엔 18억6000만원어치가 팔려 전달(5억3700만원)보다 세 배 넘게 판매량이 늘었다.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금 시장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금을 실시간 거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이 은행이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의 금투자 플랫폼인 ‘센골드’와 제휴해 운영하는 금투자 서비스 거래량은 이달 들어 세 배로 급증했다. 0.01g 단위로 세금 부담 없이 거래할 수 있어 소액 간편투자를 원하는 젊은 층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 자동 적립식 투자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들했던 은행 금 통장(골드뱅킹)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23일 기준 신한·국민·우리은행의 금 통장 계좌 잔액은 514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2% 늘었다. 계좌 수도 같은 기간 0.3% 증가한 2만3084개였다. 작년 하반기 내내 감소세를 보이다 올 들어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금 투자에 대해 단기 매매차익이 아니라 장기 분산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은 이자와 배당이 없는 데다 매매·보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포트폴리오의 10% 이내에서 안전자산 확보 목적으로 투자하길 권한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