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역대급 실적…증권·카드부문 '폭풍 성장'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올 상반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영향으로 대출자산이 급증하면서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났고, 주식 열풍과 ‘보복 소비’ 등으로 증권 카드 등 비은행 부문 실적도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3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

KB금융은 올 상반기 2조47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며 전년 동기보다 44.6% 증가했다. 연간으로 4조원대를 웃돌 전망이다. 하나금융도 올 상반기 전년 대비 30.2% 증가한 1조7532억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1조4197억원)은 지난해 연간 실적(1조3072억원)을 뛰어넘었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금융지주사 역대급 실적…증권·카드부문 '폭풍 성장'
예대금리차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상반기 이자이익이 5조4011억원으로 전년보다 15.3%(7179억원), 하나금융은 3조2540억원으로 13.7%(3930억원) 늘었다. 대출 성장세가 이어진 데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효과다. 상반기 KB·하나금융의 NIM은 각각 1.82%, 1.67%를 기록해 작년 말 바닥을 찍은 뒤 오름세를 이어갔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부동자금이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으로 들어오면서 은행의 조달비용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KB금융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이 꾸준히 늘어났고 시중 유동자금이 금리가 낮은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조달비용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4.1% 늘어난 1조4226억원, 하나은행은 17.9% 증가한 1조25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비은행 이익 비중 증가

비은행 자회사들이 급성장하면서 수익원도 다각화하는 양상이다. KB금융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32.7%(4513억원) 늘어난 1조8326억원, 하나금융은 16.7%(1804억원) 증가한 1조2613억원이었다. 증가폭이 모두 이자이익보다 컸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식시장 활황, 투자은행(IB) 활성화로 증권 수입 수수료가 크게 늘었다”며 “소비 회복에 힘입어 카드 수수료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은행 쏠림’도 옅어졌다. 올 상반기 KB금융과 하나금융의 비(非)은행 계열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각각 전체의 45.2%, 37.3%로 1년 전보다 7~18%포인트 뛰었다. 실제 KB증권은 올 상반기 작년보다 191% 급증한 3744억원, KB국민카드는 54.3% 늘어난 252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금융투자도 60% 증가한 2760억원, 하나카드는 117.8% 늘어난 1422억원을 기록했다. ‘맏형’인 은행의 이익 증가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역대급 실적 행진 계속될까

금융사들은 이번 역대급 실적이 ‘일회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NIM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전무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이익이 1년간 약 175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위험에 대해서도 대비를 철저히 해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작년에 코로나19 관련 경기 대응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대폭 적립해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실적이 올해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까지의 호실적이 유례 없던 증시 호황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용 절감 덕이란 지적에서다. 실제 ‘동학개미’ 열풍이 잦아들고 주식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KB금융의 올 2분기 수수료이익은 전 분기보다 10.5% 감소했다.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 증가 효과를 본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오는 9월까지 만기 연장, 이자 상환이 유예되는 204조원 규모의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도 남아 있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빅테크를 필두로 금융업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금융사 수익성도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