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폐업 매장에 내부를 가리는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폐업 매장에 내부를 가리는 천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버티다 버티다 결국 가게 정리합니다. 인테리어부터 내 손으로 하나하나 땀 흘려 일군 가게, 아이들이 '아빠 이거 우리 가게야'하며 좋아했는데 1년 6개월만에 접으려니 아쉽네요."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불경기로 인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했다는 사연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자영업자 A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들 버텨라 하는데 정말이지 사람이 버티는 게 아니고 돈이 버티는 거더라"라면서 "내일이면 다 끝난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는 시원섭섭하다고 웃어넘겼는데 혼자 술 한잔하다 보니 울컥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A 씨가 운영하던 가게는 지방 소도시의 작은 수제 샌드위치 샐러드 카페였다. 매출에 타격을 준 요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객의 감소도 있었지만 결정타는 엄청난 폭우 때문에 샌드위치 샐러드의 주재료인 양상추와 토마토 가격의 폭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한 실내포차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한 실내포차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A 씨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배달 대행료라도 줄이기 위해 저녁에는 직접 배달 기사일도 병행했다면서 "코로나 영향으로 배달이 늘어났다고 다들 아시는데 가정에서 시켜 먹는 메뉴는 한정적이다"라며 "치킨, 피자, 족발 등으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실태를 전했다.

A 씨는 "태양이 뜨지 않는 날은 없다"면서 "비 오는 날도 구름에 가려 안보일 뿐이니 다들 힘내시길"이라며 말을 맺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속 거리 두기 등의 여파로 요식·여행·운수 업종은 바닥을 친 매출이 반등 기미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61.2%였던 서울 지역 음식점(주점 제외) 폐업률은 올 1분기 66.8%까지 치솟았다. 일자리도 줄고 있다. 지난 7월 실업자 수는 114만 명으로 21년 만에 가장 많았다.

매출 감소는 은행 대출 연체율로 이어졌다.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보증 대출상품인 햇살론17의 연체율이 은행별로 최근 최고 12%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계대출 연체율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저신용·저소득층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자영업자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부실이 사회 전반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