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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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옥죄기에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주식 저가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신용대출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개인신용대출액은 총 113조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만에 2조24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증가폭은 전월(1조2000억원)의 배가 넘게 불었다.

금융권에선 지난달 개인신용대출이 급증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증가, 증시 투자금 마련 등이다.

시중은행 대출부서 관계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등을 받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자금 운용의 부족분을 신용대출을 통해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을 발표하고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등을 조였다. 이에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12·16 대책'에는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주담대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가 9억원 초과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보증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보증이 없으면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아, 사실상 고가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게 됐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는 점도 신용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에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이들이 마이너스 대출 등을 통해 생활비 마련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폭락장에서 저가매수 기회를 얻으려는 개인들이 대출을 통해 주식매수 자금을 조달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은 소득이 한정돼 있는 만큼 자금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개인이 투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증시는 수직낙하했다. 공포를 느낀 외국인들이 이탈하면서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지수는 1430선까지 고꾸라졌다.

증시 폭락에 개인은 역대급 '사자'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1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주식거래 활동계좌도 한 달만에 86만개 넘게 늘었다. 증가 규모는 2009년 4월(247만8000개)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