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시중은행의 지역 내 대출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제도는 시중은행이 지역에서 받은 예금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 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 등에게 의무적으로 대출해 주자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2012년에 이어 지난해 대선 때 내놓은 공약이다. 하지만 이를 시행할 경우 은행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의 지역대출 의무화에 따른 영향을 검토한 결과 편익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하지 않기로 실무차원에서 방침을 정했다”고 22일 말했다. 금융위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내용이 담긴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최종결과를 금융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시중은행의 지역대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지역재투자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전체 대출의 50% 이상을 본점이 속한 권역에 내줘야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엔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지만, 지방은 실물경제보다 적은 자금이 공급된다는 것이 국정위의 논리였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지역재투자제도의 영향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금융연구원에 발주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수개월간 논의를 거친 끝에 시중은행의 지역 내 대출 의무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의 자율성을 해치고 시장원리를 위배할 수 있는 데다 전국을 기반으로 하는 시중은행에 지역 단위 규제를 두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서도 ‘시중은행에 지역 금융회사의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을 내주는 시중은행엔 인센티브를 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방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시중은행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