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억 유증·전환사채 인수…자본 확충 '숨통'

국내 해운업 육성을 위해 새로 설립된 한국선박해양이 곧 현대상선에 7천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

계속되는 영업손실로 재무 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한 현대상선으로서는 상당 부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선박해양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현대상선에 총 7천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박해양은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자본금 총 1조원 규모로 설립한 선박은행이다.

선박해양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24척 중 10척내외를 시장가로 인수한 뒤 현대상선으로부터 용선료를 받고 다시 임대한다.

해당 선박 1척의 시가는 1천300억∼1천500억원 수준으로 10척으로 계산하면 장부가보다 총 7천200억원가량 적다.

선박해양은 이 차액만큼의 자본을 현대상선에 투입하게 된다.

손 위원은 "1천500억원은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자본을 공급할 것"이라며 "다만 매입할 선박 수가 유동적이어서 추후 지원 규모가 조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위원은 "국적 용선사가 있었으면 하는 것은 해운업계의 숙원이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선박해양이 적절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 자회사인 현대상선의 부채 비율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효율화하는 등 2018년 말까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무 구조와 유동성을 상당 부문 개선하면 해운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선대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손 위원은 "현대상선을 작고 단단한 회사로 키워서 2020년에는 2M에서 독립해 규모에 맞는 성장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선박을 지을 때 배 가격의 10%만 부담하면 되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올 하반기 중소형 컨테이너선 5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5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할 계획이다.

손 위원은 한진해운의 파산 수순과 관련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안타깝다"면서도 "해운업 불황이 수년간 이어질 상황에서 혈세 투입은 신중해야 했고, 소유주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은 지켜져야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