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의 다윗"

감시제어시스템 전문업체인 우리기술의 김덕우 사장에 따라다니는 닉네임이다.

이 별명이 붙은 것은 1997년9월 한국전력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주전산기(플랜트 모니터링시스템)입찰 때였다.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일본 미쓰비시 등 외국의 쟁쟁한 원전 설비업체들이 참가한 경쟁입찰에서 국내 작은 벤처기업인 우리기술이 당당히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

핵연료 투입과 핵반응 등 원자력발전 과정 전체를 감시하는 핵심 설비를 국내 기업이 공급하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우리 기술로 세계를 제패한다"는 뜻을 지닌 우리기술이 생겨난 건 지난 93년초.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덕우(39)사장은 그당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석에서 "형이 회사를 만들면 우리가 취직하죠"라는 후배 말에 용기를 얻은 그는 노선봉(현재 연구소장) 노갑선(정보통신연구그룹장) 박정우(멀티미디어개발팀장) 이재영(응용프로그램개발팀원)씨 등 4명의 연구소 후배들과 회사를 차렸다.

비록 서울 봉천동 11평짜리 사무실로 출발했지만 제어계측 분야에선 나름대로 국내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는 회사의 유일한 자산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국산기술이라면 한수 접고 보는 국내 현실은 너무 높은 벽이었다.

자본금 5천만원이 거의 바닥날때 쯤 한 후배의 어머니가 "얘 이제 너도 취직해야지.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고 김 사장은 회고했다.

김 사장은 우선 버텨야한다는 생각에 이때부터 동전교환기 감자튀김자판기 등 돈 되는 제품은 뭐든지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잡상인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때 모은 돈이 세계정상 수준의 감시제어시스템을 개발하는 밑거름이 된 게 사실.결실은 95년부터 서서히 나타났다.

그해 우리기술은 원전디지털 경보설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97년 고리원전 감시설비의 공급권을 따내면서 이 회사는 원자력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99년엔 원전 제어설비의 핵심인 플랜트제어시스템(PCS)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등의 공장상황을 종합 감시하고 제어하는 분산제어시스템과 한국통신에서 쓰는 전원집중관리 시스템도 만들어냈다.

감시제어분야에서 기반을 다진 우리기술은 벤처캐피털로부터 15억원을 유치했고 작년 6월엔 코스닥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매출은 1백50억원에 달했으며 금년 매출 목표는 3백50억원이다.

이 정도면 "성공한 벤처"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김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지요. 우리기술은 지난 99년말부터 IT(정보기술)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작년은 준비기간이었고 올핸 꽃을 피울 겁니다. 이게 제대로 되면 진짜 성공하는 것이지요"

김 사장은 작년 9월 문을 연 인터넷 서점(www.morning365.co.kr)과 새로운 개념의 무선 결제보안키인 "아이스패이(icepay)"등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 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우스 패드를 누르면 원터치로 특정 웹사이트에 연결되는 제품 등 각종 아이디어 상품들도 준비중이다.

제어계측 설계 등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기술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창업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기술개발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고 국가경제에 기여하자"는게 그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이 목표가 최종 달성될 때까지는 샴페인 뚜껑을 터뜨리는 것을 미뤄놓고 있다.

그는 아직도 경기도 화정의 24평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으며 주행거리가 20만km를 넘어선 소나타를 타고 다닌다.

(02)886-0351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