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이제는 비용 아닌 투자
응답 기업 82% “탈탄소서 이익”
향후 5년 자본예산 16% 기후 대응에
AI·디지털 기술, 리스크 관리 앞당겨
적응·회복력 투자, 최대 19배 수익 기대
[한경ESG] 리더 후베르투스 마이네케 BCG 독일 함부르크 오피스 대표 파트너 인터뷰
후베르투스 마이네케 독일 BCG 대표 파트너. 사진=BCG
후베르투스 마이네케 독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함부르크 오피스 대표 파트너는 “특정 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등에 필요한 투자 활동을 통해 기업들이 충분한 수익을 거두고 있어서다.
BCG는 지난 9월 17일 ‘제5차 연례 기후 설문조사(Climate Survey 2025)’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BCG의 조사는 기업이 ESG 경영을 ‘관리’가 아닌 ‘투자’ 수단으로 다뤄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설문은 기후 투자에 AI 기술 접목의 중요성을 짚어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기업 임원 1924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82%는 이미 탈탄소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답했다. 향후 5년간 기업들은 자본예산의 약 16%를 기후 완화, 적응, 회복탄력성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업당 평균 6900만달러(650억원) 규모로 전통적 설비투자 전략에도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마이네케 대표는 “에너지, 건설, 기술, 헬스케어 등 산업재 분야에서 기후 대응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내부 탄소가격제 도입을 확대하면서 투자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기업의 3분의 1이 이미 내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해 투자·금융권과의 소통에까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특히 AI는 기후 대응의 가장 강력한 ‘효과 증폭기(force multiplier)’”라며 “탄소 회계, 기후 리스크 모델링, 기상 예측, R&D 사이클 단축 등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반 도구을 활용하는 기업은 기후 행동을 통해 재무적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2.3배 높다는 분석이다.
마이네케 대표는 한국 기업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중공업·제조업 분야에서 저탄소 선박, 재생에너지 기술, 순환경제 솔루션을 선도하고 있다”며 “디지털·AI 기반 기후 리스크 관리 도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기후 대응이 가장 빠른 산업은
“전반적으로 모든 산업에서 기후 대응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특히 에너지, 건설, 기술, 헬스케어와 같은 산업재 분야에서 가장 빠른 진전이 기대된다. 설문에 따르면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자본예산의 약 16%를 기후 대응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업당 평균 6900만달러에 달한다. 응답 기업의 82%는 탈탄소 과정에서 이미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 자본예산 16%를 기후 대응에 투입하는 의미는
“이 수치는 단순한 비중을 넘어 기업 투자 전략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16%라는 숫자가 아니다. 내부 탄소가격제와 규제 기반 탄소가격제가 도입되면 탄소가 실제 투자 변수로 작동하게 된다. 전통적 자본적 지출(CapEx)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기업은 ‘그린 프리미엄’을 반영한 투자 계획을 세우며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미래 수익 창출까지 고려할 수 있어 향후 (기후) 투자 타당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 선도 기업들은 기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나
“기후 리스크 관리는 현재 기업들이 가장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높은 분야다. 설문 참여 기업은 2030년까지 평균 7억9000만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기후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추산한다. 물리적·전환 리스크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선도 기업들은 배출량과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내부 탄소가격제나 리스크 모델링을 통해 재무적 영향을 계량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AI 기반 도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아가 공급망까지 모델링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공급업체와 함께 기후 리스크를 완화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탈탄소 목표 달성 가능성이 9배나 높았다.”
- 효과적인 디지털·AI 기술은
“AI와 디지털 기술은 기후 대응의 ‘효과 증폭기(force multiplier)’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AI를 도입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의미 있는 재무적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2.3배 높았다. 생성형 AI 기반 탄소 회계와 기후 리스크 모델링은 기업들이 가장 널리 도입하는 분야다. 이외에도 기상 모델링 고도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R&D 사이클 단축에도 활용되고 있다.”
- 기후 적응·회복력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낸 사례는
“아직 전체 응답 기업 중 12%만이 물리적·전환 리스크 전 범위를 포괄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제 적응·회복력 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뚜렷한 성과를 보고 있다. BCG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산업에 따라 1달러를 투자하면 최대 19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식음료, 석유·가스, 헬스케어 부문에서의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
- 내부 탄소가격제 얼마나 도입했나
“응답 기업의 3분의 1이 이미 내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했다. 기업이 투자 방향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설계하도록 만들고, 모든 투자 의사결정에서 탄소를 고려하도록 돕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단순히 배출을 관리하는 수단이 아니다. 전환 리스크 대응, 저탄소 투자 촉진, 규제 대비 등 다층적 역할을 한다.”
- 한국 기업에 전하는 메시지는
“한국 기업들은 기후 대응에서 큰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중공업·제조업에서 저탄소 선박, 재생에너지 기술, 순환경제 솔루션을 앞서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요인이다. 지금이 바로 한국 기업이 탄소 회계와 기후 리스크 모델링을 위한 디지털 도구에 투자할 시점이다. 바로 이 영역에서 가장 큰 가치 창출 기회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