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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인적자본 공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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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ESG 리포트

    글로벌 ESG 공시 강화는
    인적자본을 사회 영역의
    핵심으로 끌어올려

    미국·영국·유럽 모두
    인권·다양성·교육·노동조건을
    장기투자 안정성 신호로 간주

    한국도 인적자본 ROI 마련
    예산 편성·기업 지원에 반영해야

    인적자본 공시는
    기업 선택 아닌
    정부가 주도할 국가 과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사람’의 가치도 커졌다. 단순히 인력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떤 역량을 갖춘 인재가 어떤 환경에서 몰입하고 성장하는지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해서다. 자본, 기술, 자원보다 중요성이 커진 인적자본이 기업 인사 관리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적자본 공시, ‘가시성’ 확보가 출발점

    인적자본 공시의 출발점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기업 재무제표에 사람에 대한 투자와 성과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미국은 2020년부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사에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제너럴모터스(GM),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 수, 이직률, 다양성, 교육 시간, 임금 격차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미국 S&P500 기업 중 약 60%가 이직률과 직원당 교육 시간을 공시했는데,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의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인적자본 공시를 강화한 기업일수록 주가 안정성과 이직률 개선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적자본 공시 기준 ISO 30414 개정 역시 중요한 변곡점이다. 9월에 이탈리아 밀라노 총회에서 발표되는 개정판의 가장 큰 핵심은 공시 지표가 기존 58개에서 69개로 늘어나고, 이 중 14개 지표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대기업 및 중소기업 모두의 ‘필수 공시’ 항목으로 지정됐다. 남녀 임금 격차, 임원·직원 간 임금 격차, 인권 침해 건수, 사회적 약자의 교육 기회, 산업재해율 등이 필수 공시 항목에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기업의 책임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로도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글로벌 트렌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다. 2022년 ‘인적자본 가시화 지침’을 제정했고, 2023년부터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했다. 히타치, 파나소닉, 미쓰비시UFJ 등 주요 기업은 인재 이동률과 교육 투자, 다양성 현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경영 전략과 인재 전략의 연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국제 가이드라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과 ESG 평가 기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ISO 30414는 단순히 대기업용 도구가 아니라 모든 규모 기업에 적용 가능한 ‘사람 중심 경영’의 나침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표준 채택 및 확산 정책이 시급하다.

    ◇인적자본 전략의 과제

    한국의 인적자본 전략은 여전히 구직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 산업 변화 속도가 빨라진 만큼 재직자, 중장기 경력자, 중소기업 종사자, 고령 인력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고용률 제고나 교육훈련 제공을 넘어 경력 개발, 일·생활 균형, 조직문화, 기술 적응력, 사회적 신뢰 회복까지 고려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 수요와 개인 기술을 연결한 핀란드, ‘리스킬링 지원법’을 제정해 직장 내 전환 교육을 제도화한 일본이 좋은 본보기다.

    한국은 중장년층, 중소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산업단지 기반 학습센터 설립, 직무 경로 기반 성장 지도 제공, 기업 학습문화 진단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직무 적응이 아니라 경력 생애주기를 함께 설계하는 국가적 지원책이다.

    정책의 성패는 집행이 아니라 평가와 고도화에 달려 있다. 싱가포르는 ‘스킬스퓨처’ 정책을 통해 국가 인적자본 보고서를 매년 발간한다. 산업별 수요, 시민별 학습 과정, 지역별 격차를 분석해 예산과 정책 설계에 반영한다.

    한국도 산업·지역·직무별 인사관리(HR) 데이터를 통합해 국가 인적자본 대시보드를 구축해야 한다. 공공기관에는 ISO 30414 기반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민간 기업에는 자발적 공시를 유도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민간 데이터까지 활용하는 국가 차원의 HR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업의 가이드라인으로 되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ESG 공시와 인적자본의 부상

    글로벌 ESG 공시 강화는 인적자본을 사회(S) 영역의 핵심 과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영국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 모두 인권, 다양성, 교육, 노동 조건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다룬다. 이는 단순한 비재무 지표가 아니라 장기 투자 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한국도 K-ESG 지표와 ISO 30414를 연계해 통합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재율, 임금 격차, 인권 문제는 ESG와 인적자본 공시 모두에서 중시되는 핵심 항목이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미래는 '인적자본 공시'에서 시작된다
    인적자본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적 효과를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덴마크는 평생학습 정책 효과를 5년 단위로 추적하며 직무 이동, 급여 수준, 고용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도 ‘정책 기반 인적자본 ROI(return on investment)’ 체계를 마련해 예산 편성, 신규 정책 도입, 기업 지원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성과 없는 정책은 신뢰를 잃는다. 앞으로의 국가 경쟁력은 기술이나 자원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인적자본 공시는 더 이상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성과 기반 지원이 그 핵심이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SGI)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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