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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명품업체, 재활용 동참...그린워싱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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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넬, LVMH 등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재고를 불태우는 관행을 접고 재활용 전문 법인을 설립하는 등 친환경 전환에 나섰다. 유럽의 그린워싱 규제 강화에 따른 선제 대응이다. 공정위 제재 이후 국내 패션업계도 ESG 전략 수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경ESG] 나우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네볼드 실. 사진=한국경제신문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네볼드 실. 사진=한국경제신문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
    샤넬, 루이 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명품업체엔 항상 이 같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브랜드 희소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팔다 남은 재고를 모두 불태웠기 때문이다. 명품업체들이 아무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펼쳐도 비판을 면치 못한 이유다.

    최근 명품업체들이 재고를 재활용하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재활용만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만들고, 재고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 등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 등에서 그린워싱 규제가 심해지자,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재활용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패션업체의 그린워싱 제재에 나선 것도 이런 움직임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활용 사업에 힘 주는 샤넬

    샤넬은 6월 초 재활용 전문 법인 네볼드(Nevold)를 설립하고, 대표직에 LVMH 그룹 산하 브랜드 파투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소피 브로카트를 임명했다. 투자금은 5000만~8000만 유로(약 790억~1270억 원)로 알려졌다. 네볼드는 ‘네버 올드(Never Old)’의 줄임말로,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자투리 천과 미판매 재고 등을 재활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천, 캐시미어, 실크, 가죽 등을 친환경 신소재와 결합해 하이브리드 소재도 만든다. 네볼드는 다른 회사의 재고를 처리해주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샤넬이 네볼드를 설립했다는 것은 더 이상 재고를 불태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 사이에선 팔다 남은 재고를 태워 없애는 일이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아웃렛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팔리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브루노 파블로프스키 샤넬 패션 부문 사장은 “우리는 제품에 사용되지 않은 재료, 수명이 다한 재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자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며 “그동안 제품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네볼드가 바로 그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미판매 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네볼드를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팔다 남은 재고에서 가죽, 실크,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추출한 뒤 다시 샤넬 트위드 재킷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환경 전문 매체 에토스는 “네볼드에는 고급 소재 소싱의 조용한 강자로 도약해 미래 럭셔리 공급망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샤넬의 깊은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루이 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LVMH도 제품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 등을 재활용하는 ‘노나 소스’ 사업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명품업체, 재활용 동참...그린워싱 지운다
    기업 운영 발목 잡는 ‘그린워싱’

    명품 브랜드뿐 아니다. H&M, 유니클로 등 제조·직매형(SPA) 패션업체 사이에서도 ‘그린워싱 지우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최신 유행을 반영해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패스트패션 특성상 유행이 지난 옷은 고스란히 폐기물이 된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의류 폐기물은 연간 1억 톤에 달하는데, 이 중 15%만 재활용된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8~10%가 의류산업에서 나온다는 통계도 있다.

    그린워싱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실제 기업 운영 면에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미판매 의류 및 신발 폐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다 남은 재고를 더 이상 불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업체 쉬인도 뉴욕과 런던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다 폐의류를 대량생산해 환경을 파괴하는 등 그린워싱 논란이 일면서 상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쉬인은 강제노동 논란이 있는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면화를 사용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정위 철퇴에 韓 업체도 긴장

    전 세계적으로 그린워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국내 업체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더 많이 쓰거나 재활용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공정위가 그린워싱 단속에 나선 것도 이런 움직임에 한몫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무신사(무신사 스탠다드), 신성통상(탑텐), 이랜드월드(미쏘·스파오), 아이티엑스코리아(자라) 등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고 조치했다.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내린 첫 제재다. 이들 업체는 인조가죽과 모피 제품을 ‘에코 레더’, ‘에코 퍼’ 등 친환경을 앞세워 홍보했는데, 공정위는 제품이 제조·생산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이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그린워싱으로 결론 내렸다.

    그린워싱 제재 선례가 생기며 패션업체들도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신사는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무신사 스탠다드’ 등 자체 브랜드(PB)뿐 아니라 입점업체에 적용했다. 이와 함께 중고 의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 리커머스 앱 ‘무신사 유즈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성통상, 이랜드월드 등도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정부도 패션업계의 친환경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폐의류 발생량이 늘어나자 의류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에 준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그린워싱 논란이 있는 업체에 불이익을 주는 규제를 만들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K-패션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ESG 가이드라인 마련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여기에 공정위의 제재 선례가 생기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패션업체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선아 한국경제 기자 suna@hankyung.com
    이선아 기자
    미술과 대중문화를 다룹니다. 정확하게, 재밌게, 깊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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