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ESG의 진정성과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현지 실행을 결합함으로써 성과를 내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ESG 전략과 리더십에 대해 김태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무제표가 과거를 보는 창이라면, ESG는 단순한 투자 기준이 아닌 기업의 미래를 보는 창이다.”
김태희 프랭클린템플턴 한국법인 대표는 “ESG를 단순한 등급이 아닌 기업 분석의 본질적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ESG는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 경쟁력 분석의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은 전통적 주식·채권 운용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투자 철학을 중심에 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투자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1997년 한국 진출 이후 25년 이상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
2022년부터 프랭클린템플턴 한국법인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김 대표는 1994년 프랭클린템플턴 등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국내외 금융 산업에서 약 30년간 베테랑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대표를 거쳐 2022년부터 프랭클린템플턴 한국법인 대표로 복귀했다.
김 대표가 프랭클린템플턴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 것은 ESG 중심의 자산운용 방식이다. 특히 프랭클린템플턴의 ESG 원칙은 ‘ESG + F’(Financial Return)인데, 이른바 좋은 재료(ESG)를 써도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를 수익률과 분리된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ESG 투자전략은 단순히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소극적 전략이 아닌, 수익과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갖춘 기업에 장기적 시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프랭클린템플턴의 ESG 전략은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닌 ‘Beyond ESG’ 전략을 통해 ESG 점수보다는 개선 의지와 방향성을 중시하는 접근을 취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ESG를 재무 성과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보고 투자 전 과정에 녹여내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김 대표는 ESG 항목 중에서도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는 ‘거버넌스(G)’를 중시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단지 이사회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이사회가 실제로 기업의 전략과 리스크를 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추었는지 살펴본다”고 강조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에서 ESG 통합 전략을 기반으로 위탁 운용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대표는 프랭클린템플턴이 단순히 해외 펀드를 들여오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글로벌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길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지 인재 채용, 리서치, 운용, 마케팅 등 전 기능을 국내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전주 사무소 개소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포용적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의 중에 나오는 예상외 질문을 반가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심리적 안정감과 다양성이 살아 있는 조직이 지속가능한 조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리더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다양한 소리를 조화롭게 이끌어야 한다”며 “있는 그대로 사람을 이해하고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자신의 리더십 철학”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ESG를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 투자 판단에서 ESG 요인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
“프랭클린템플턴은 ESG를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닌 투자 전 과정에 통합된 핵심 리스크와 기회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ESG를 ‘선별 필터’가 아닌 고객의 장기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석과 의사결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 특히 ESG의 정적 점수보다는 개선 가능성과 방향성에 초점을 둔 ‘모멘텀 기반’ 접근을 취한다. 구조개혁이 진행 중인 국가나 기업은 오히려 정체된 선진국보다 더 나은 투자 기회로 평가할 수 있으며, ESG는 국가 단위의 거시경제 분석에도 통합 적용된다.
채권운용본부인 글로벌 매크로 팀이 자체 개발한 ‘TGM ESG Index(TGM-ESGI)’는 14개 항목의 ESG 요소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내부 위험관리팀 및 ESG 요소를 정량평가하고 있으며, 내부 리스크팀과 ESG 전담 조직, 외부 데이터 협력을 통해 입체적 투자 판단을 수행한다.”
- 탄소배출 관리, 공급망 리스크, 이사회 다양성 등 구체적 ESG 항목 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투자 기준은.
“ESG 항목 간 우열을 단정 짓긴 어렵지만,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는 ‘거버넌스(G)’를 특히 중시해왔다. 한국 기업들은 이사회 독립성, 다양성, 투명성 측면에서 글로벌 기준 대비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프랭클린템플턴은 이사회가 ESG 전략과 리스크 관리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핵심적으로 평가해왔다.
또 공급망 리스크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공급망 내 탄소배출, 인권, 노동 기준 위반 여부까지 실사해왔으며, 기준 미달 시 밸류체인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점수나 보고서보다 기업의 태도와 변화 의지에 큰 비중을 둔다. ESG 평가는 정량지표보다 실천력과 전략적 개선 의지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 ESG 경영이 투자자와 고객 신뢰를 강화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ESG는 신뢰의 언어다. 숫자보다는 기업의 진정성을 먼저 보아야 한다. 성과가 부실한 기업은 투자자들이 떠나고, 개선 의지를 꾸준히 실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는다. 예컨대 노동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글로벌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ESG 평가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탄소저감과 환경경영 고도화를 통해 2024년 MSCI ESG 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했다. ESG는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 구축이 핵심이다.”
- ESG와 여성 리더십은 어떤 접점이 있다고 보고 있나. 본인만의 가치관이 ESG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
“여성 리더십의 본질은 ‘포용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갈등을 조율하며, 구성원의 다름을 인정하는 능력은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이다. 회의 중 예상외 질문이 반가운 이유도 심리적 안전감과 다양성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저는 ‘성과’보다 ‘가능성’을 먼저 보려고 한다. 쉼표도 존중하고, 타인의 소리를 조화롭게 들을 줄 아는 것이야말로 ESG에서 말하는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재 한국 금융산업은 저성장, 고령화, 디지털 전환, ESG 통합이라는 구조적 전환점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 가능성 있는 개방성 확보와 디지털 전환, ESG 리스크 관리 역량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철수한 주된 이유는 높은 진입장벽과 규제, 정책의 일관성 부족 등이다. 이는 ESG 관점에서도 지배구조(G)의 핵심 문제와 연결된다. 다음으로 디지털 전환과 ESG 리스크 관리 역량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AI 기반 리스크 분석, ESG 데이터 통합, 사이버보안까지 아우르는 질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ESG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글로벌 자금 유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한국 시장에서 프랭클린템플턴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은 무엇인가.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 30년간 한국 시장에서 장기투자 철학을 실천해왔다. 최근에는 ESG 요소를 통합한 수탁 책임 수행과 지속가능 투자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연기금·보험사 등과 협업해 ESG 통합 전략 기반의 위탁 운용을 수행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Korea Value-up’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기업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지배구조, 배당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프랭클린템플턴의 글로벌 수탁 원칙에 기반하며, 로컬 시장에 맞춘 전략 실행을 통해 시장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
- 프랭클린템플턴 한국 법인의 중장기 전략과 대표님의 리더십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는 한국 고객의 글로벌 자산 배분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맞춤형 글로벌 솔루션 파트너’로서 위상 강화다. ESG 통합 전략, 기후 리스크 대응, 글로벌 규제 대응 등에서 자문과 협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하나는 ‘가장 현지화된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전주 사무소 개소를 통해 국민연금과 직접 소통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로컬 인사이트의 균형을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 데이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얻는 전략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