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세시세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뉴스1
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세시세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뉴스1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1년4개월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과 연 1%대 금리가 적용되는 신생아 특례 전세대출 등의 영향으로 서울 중·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셋값 강세로 ‘역전세’(시세가 기존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상황) 우려도 사그라들고 있다.

하반기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총 1만2032가구),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12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본격화하는 만큼 고공행진 중인 강남권 전세시장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역전세는 옛말…치솟은 전셋값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이날 기준 2만9697건으로 집계됐다. 전세 물량이 가장 많이 쌓인 작년 1월(5만5882건)의 53.1%에 불과하다. 1년4개월 만에 전세 물량이 반토막 난 셈이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도 전세 물량이 한 건도 없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구로구 구로동 ‘삼성래미안’(1244가구)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에는 전세 물량이 단 한 건도 없다. 매매로 내놓은 물건은 38건에 달한다. 집을 매도하려는 집주인은 많지만, 아파트를 임대 놓을 사람은 없다는 의미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래미안클라시스’(1114가구)도 전세 물량이 0건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역전세’ 우려가 컸던 것과는 달리 신규 전세 계약 보증금이 기존 갱신계약 보증금보다 높은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 응암동 ‘백년산해모로’ 전용 59㎡는 지난달 전세 보증금 4억2000만~4억7500만원에 갱신계약이 이뤄졌다.

기존 보증금보다 최대 8000만원 오른 값이다. 신규 전세 시세는 5억~5억2000만원 선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빌라·오피스텔 전세사기 공포에 소형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몰린 데다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정책대출을 받기도 쉬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둔촌주공 효과’ 강동구만 물량 폭탄

강동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선 전세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강동구 전세 물량은 이날 기준 3022건으로, 3개월 전보다 38.9% 늘어났다. 같은 기간 종로구(19.6%·총 전세 물량 195건) 강북구(17.6%·314건) 도봉구(0.8%·1618건)도 전세 물량이 증가했다.

강동구에서 전세 물량이 급증한 건 오는 11월께 입주 예정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효과’ 때문이다. 이 아파트 전세 물량만 강동구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1231건에 이른다. 한 달 전(982건)에 비해 25.3% 증가한 수준이다. 둔촌동 A공인 관계자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세보증금은 한 달 전에 비해 평균 1억원 이상 낮아졌고, 융자가 없는 물건도 최저 6억8000만~6억9000만원에 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고공행진 중인 서울 전셋값을 식혀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총 9510가구)가 2018년 입주할 때 전용 84㎡ 전셋값이 5억원대에 불과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용 84㎡는 최근 7억~8억원대 수준의 보증금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인근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의 전셋값(평균 8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입주로 강동구와 하남 등 인접 지역 전세 시장은 잠시 조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매매 시장 불안과 전세 물량 품귀로 전반적인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10 총선에서 야당이 대승을 거둔 만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임대차3법 개정과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김소현/심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