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최대 민간인 희생 사건…"국가에 군복무 인정 못받아"
진실화해위, 한국전쟁 국민방위군 사건 피해자 5명 추가 확인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최대의 민간인 희생 사건인 '국민방위군 사건' 피해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전날 열린 제76차 위원회에서 이 같은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과하는 한편 피해 회복 조처에 나설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군 수뇌부를 포함한 간부들의 부정행위와 정부의 관리 소홀로 인해 국민방위군이 죽음에 내몰렸다"며 "생명권과 신체·안전의 권리 등 기본권 침해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국민방위군은 1950년 12월 이승만 정권이 창설했다가 이듬해 4월 해산시킨 일종의 예비군으로 17∼40세의 남성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후방의 교육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간부들이 예산과 군수물자를 횡령해 수만 명이 아사·동사하거나 전염병에 걸려 숨졌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 6명의 제적 등본과 진술, 국방부 국민방위군 전사망자 명부 등을 조사해 5명이 훈련 중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됐다고 추정되나 피해 사실을 단정하기 어려운 1명에 대해서는 진실규명 불능 결정했다.

국민방위군 생존자인 심모 씨는 지난해 "춥고 배고프고 짐승 우리만도 못한 환경에서 두 달을 생활했는데 제대로 된 식량이나 보급품을 받지 못했다"며 "아침에 나와서 보면 전염병에 걸린 국민방위군들이 화장실 앞에서 다 엎드려 죽어있었다"고 진실화해위에 진술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병적 기록이 없는 국민방위군이 군 복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암매장된 이들은 국가에 사망·실종 사실을 확인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기 진실화해위는 2010년 전국의 교육대 20여 곳에서 국민방위군 다수가 희생돼 암매장된 사실을 확인하고 신청인 10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1988년 국군보안사령부의 간첩 조작을 폭로한 '보안사'의 저자인 재일동포 김병진 씨가 당한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진실규명 결정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보안사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명 수배된 김씨 일가족의 동향을 탐문하고 회유하는 등 장기간 사찰 공작을 펼쳤다.

외무부 또한 1995년 김씨의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2000년까지 여권 발급을 금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진실화해위는 1954년 첩보부대(HID)에 속아 월북했다가 이적죄로 처벌받은 고 박남업 씨 사건과 1961년 경북 피학살자 유족회장 간첩 조작 사건 등 17건을 진실규명했다.

직권조사를 통해 밝혀진 적대세력에 의한 전북 지역 기독교인 학살 사건도 진실규명으로 함께 결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