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작가 서면 인터뷰…"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아니었죠"
"'원더풀 월드'는 시청률 대신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서 쓴 작품"
"작가는 작품을 쓸 때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시청률이라는 숫자보다 오롯이 사람의 마음에 더 집중해보자고 생각하고 쓴 작품이 '원더풀 월드'에요.

"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원더풀 월드'를 집필한 김지은 작가는 17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 말은 정말로 꼭 하고 싶었다"며 시청자들에게 이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드라마를 보느라 감정 소모가 크셨을 시청자님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원더풀 월드'는 교수이자 유명 작가였던 은수현(김남주 분)이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은수현은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하기로 선택하고,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로 법정에 선 남자를 직접 처단한다.

"'원더풀 월드'는 시청률 대신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서 쓴 작품"
피고인의 신분으로 다시 법정에 서게 된 은수현은 당당하다.

그는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선처를 바라지 않는다고 의사를 밝히고, 보복살인 혐의로 결국 징역 7년을 선고 받는다.

김 작가는 '우리 인생길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는 단테의 신곡 첫 구절에서 은수현이라는 인물을 그려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걸어가고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멈출 수도 없다고 느끼는 화자의 모습이 마치 꼭 저 자신 같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또 다른 인생길에서 숲속을 헤매고 있을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었고, 저 역시 위로받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은수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남주는 처절한 모성애부터, 삶이 무너진 듯한 절망감, 배신감, 그리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투지까지 섬세하게 묘사해내며 깊은 감정 연기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원더풀 월드'는 시청률 대신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서 쓴 작품"
김 작가는 "김남주 배우는 지문 한 줄도 허투루 보지 않고, 손짓 하나, 걸음 하나조차 작품의 전체적 구도를 생각해서 디테일하고 신중하게 표현해줬다"며 "덕분에 은수현은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보다 훨씬 더 입체적인 인물로 살아났다"고 말했다.

권선율 역으로 김남주와 함께 호흡을 맞춘 차은우에 대한 호평도 아끼지 않았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저를 가장 놀라게 한 배우가 차은우였다"고 했다.

그는 "차 배우는 밑바닥 인생을 그려낼 수 없을 것 같은 외모로 거친 캐릭터를 너무나도 섬세하면서도 신비롭게, 애절하면서도 처연하게 그려냈다.

죽어가는 것들 속에만 있었던 권선율이 차은우라는 배우를 만나서 더 깊어졌고,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더풀 월드'는 시청률 대신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서 쓴 작품"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에 코믹한 연기를 곁들인 드라마들이 주로 인기를 끄는 안방극장에서 '원더풀 월드'는 그 반대를 택했다.

극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춰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작가는 "현실이 답답하고, 어둡고, 희망이 없어 보일 때 사람들은 현실을 닮거나, 현실보다 힘든 드라마를 회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더풀 월드'가 바로 그런 드라마였다"고 짚었다.

김 작가의 우려와는 다르게 첫 회 시청률 5.3%로 출발한 '원더풀 월드'는 서서히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치열한 주말 시청률 경쟁 속에 최고 11.4%(9회·11회·13회)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남겼다.

김 작가는 "담장이 없는 밝은 작품들과는 달리 우리 드라마는 담장이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절대 아니었는데도 11%가 넘는 시청률이 나온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쩌면 시청자분들께서는 어둡고 힘들어도 결국 연대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들여다봐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가 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은수현의 입을 통해 말씀드렸어요.

'부디 상실의 슬픔을 가진 모든 사람이 편안해지기를, 세상이 그들에게 조금은 더 다정하기를,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아픔이 덜한 시간에 가 있기를.'"
"'원더풀 월드'는 시청률 대신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서 쓴 작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