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암환자의 영상 활용한 연극…밀로 라우 연출·극본
말기암 환자가 펼쳐놓는 죽음에 관한 단상…연극 '에브리우먼'
실제 말기암 환자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죽음을 성찰하게 하는 연극이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장은 해외초청작 연극 '에브리우먼'(Everywoman)을 5월 10∼1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고 17일 밝혔다.

'에브리우먼'은 1920년 공연된 후고 폰 호프만슈탈의 연극 '예더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으로 2020년 초연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예더만'과 달리 '에브리우먼'은 실제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죽음을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말기암 환자가 펼쳐놓는 죽음에 관한 단상…연극 '에브리우먼'
작품은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여성 헬가 베다우가 사전 녹화한 영상을 스크린으로 재생한다.

창작진은 베를린의 모든 호스피스와 접촉하며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 나선 끝에 베다우를 섭외했다.

무대에는 배우 우르시나 라르디가 올라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을 늘어놓는다.

라르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얀 리본'에 출연한 배우다.

두 여성은 스크린과 무대에서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모든 사람은 결국 죽는다'라는 주제를 일깨우며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호소하는 작품이다.

연출과 극본을 맡은 스위스 출생 연출가 밀로 라우는 현실을 꼬집는 파격적인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며 '다큐멘터리 연극'의 선봉자로 불린다.

대표작으로는 콩고 내전의 원인을 밝히는 '콩고 재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 점령한 이라크를 다룬 '모술의 오레스테스' 등이 있다.

사회활동가, 언론인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라우는 2007년 국제정치살인연구소를 창단한 후 2009년 정치 연극 '차우셰스쿠의 마지막 날들'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베를린 연극상을 받았고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라우의 작품이 무대에서 직접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콩고 재판'이 실황 영상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작품은 독일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말기암 환자가 펼쳐놓는 죽음에 관한 단상…연극 '에브리우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