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구 중 1곳 '나혼자 산다'…희망 정책 1순위 "주택 안정 지원"
달라진 가족의 정의…절반 "독신, 이혼·재혼도 OK"
'1인 가구' 대세라지만…"균형잡힌 식사 어려워" 토로
#. 서울 은평구에서 6년째 혼자 살고 있는 김모(40) 씨는 최근 나온 건강 검진 결과에서 허리둘레가 1년 전보다 3인치 이상 늘어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매일 같이 자정 무렵에 퇴근한 뒤 라면이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홀로 끼니를 때운 게 반복된 탓이다.

혈압도 정상 수치를 넘는다는 판정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혼자 살다 보니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가끔 자다가 위경련이 일어나 고통 속에 깨어날 때면 '이러다 잘못되진 않을까' 싶어 덜컥 겁도 난다"고 말했다.

17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김씨처럼 생활 속에서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1인 가구'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6∼7월 전국 1만2천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는 전체 33.6%로 파악됐다.

2010년 15.8%, 2015년 21.3%, 2020년 30.4%에 이어 1인 가구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균형 잡힌 식사'(42.6%)였다.

직전 조사인 2020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절반이 넘는 53.0%가 '균형 잡힌 식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성은 36.3%였다.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서 대처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직전 조사보다 약 7%포인트 오른 37.6%로 집계됐다.

'1인 가구' 대세라지만…"균형잡힌 식사 어려워" 토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있어 외롭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18.3%에서 23.3%로 증가했다.

'식사 준비나 주거 관리, 장보기 등 집안일을 하기 어렵다고 한 비율은 이전과 비슷한 25.6%였다.

1인 가구 4명 가운데 1명(24.6%)은 '문제나 걱정거리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성별로는 여성(20.6%)보다 남성(31.3%)이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30세 미만(9.9%), 30∼40세(14.6%), 40∼50세(20.6%), 50∼60세(25.5%), 60∼70세(30.8%) 등으로 나이가 올라갈수록 이러한 고독감은 높아졌다.

혼인 상태로는 이혼 또는 별거가 3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별 24.9%, 미혼 17.7%, 유배우(사실혼·비혼 동거 포함) 15.5% 등의 순이다.

정부에 바라는 '지원 정책' 수요로는 '주택 안정 지원'이 37.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돌봄 서비스 지원(13.9%), 심리·정서적 지원(10.3%), 건강증진 지원(10.1%), 가사서비스 지원(10.1%) 순이었다.

'1인 가구' 대세라지만…"균형잡힌 식사 어려워" 토로
1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잡는 것과 맞물려 삶의 방식이나 가족에 대한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힌 비율은 47.4%로, 직전 조사(34.0%)보다 13.4%포인트 늘었다.

'이혼이나 재혼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36.0%에서 47.2%로 증가했다.

'결혼하지 않고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률을 26.0%에서 39.1%로 늘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는 28.3%에서 34.6%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다'는 15.4%에서 22.1%로 증가했다.

처음 조사된 항목인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자녀를 입양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20.0%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