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워 멜론과 플로, 지니뮤직 같은 음원앱 업체의 요금제까지 간섭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복원을 내걸고선 실제론 반자유주의적 가격 통제를 전방위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현 정부의 관치행정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얼마 전 주요 음원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족 요금제’ 형태의 결합 요금제를 신설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현재 음원앱 사용료는 계정당 월 1만원 안팎인데, 월 1만3000~1만5000원에 4명가량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 취지라고 하나, 기업 고유의 마케팅 영역까지 손대는 월권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이런 요구에 음원앱 업체들은 대부분 난색을 보였다는데,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기업에 대한 간섭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이 가격 규제다. 가족 요금제가 기업의 매출, 수익성, 점유율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 정부가 거론하기 전에 기업 스스로 알아서 했을 일이지, 정부가 앞장서 하라 말라 할 일은 결코 아니다.

음원앱 업체들은 정부가 가족 요금제를 주문하기에 앞서 유튜브와 같은 해외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저작권 징수 규정부터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작권 사용료는 국내 업체가 총매출 기준인데 해외 업체는 운영 비용과 각종 수수료를 뺀 순매출 기준이어서 역차별 논란이 지속돼 왔다. 정부는 가족 요금제 신설과 관련해 징수 규정 개정 검토 의사를 내비쳤다는데, 이 역시 선심 쓰듯 할 일은 전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진즉부터 바로잡았어야지, 시혜적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권위적 관료주의의 발로다.

기업의 자율적 가격 책정은 시장경제의 근간이다. 소비자에게 푼돈 아껴주려고 기업 손목 비틀었다가 산업 경쟁력을 해치는 무수한 사례를 봐오지 않았나. 물가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 방법론은 시장 환경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규제 완화, 인센티브제 등 경쟁 촉진 방안을 강구해야지 관치라는 손쉬운 방법에 의지하려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