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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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 18번홀(파4). 타이거 우즈(49·미국)가 검은 바지에 새빨간 티셔츠를 입고 그린으로 올라왔다. 지난해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14개월만에 등장한 '선데이 레드'였다.

1,2라운드 때와 달리 우즈의 걸음걸이는 조금씩 절뚝거리는듯해 보였다. 오르막을 오르는 그를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로 맞았다. 앞서 향해 오르막 경사를 걸어올라오자 홀을 둘러싸고 있던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았다. 가슴에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 대신 호랑이 그림이 자리잡았지만 일요일에 만나는 붉은 티셔츠는 팬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뛰게 했다.

핀에서 23야드 거리 러프에서 그림같은 어프로치로 핀 한발짝 옆으로 공을 보낸 상황. 가볍게 툭 친 공은 홀로 빨려들어갔다. 전성기 시절같은 플레이로 만들어낸 파였다.

우즈는 고단한 얼굴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같은 조에서 경기한 아마추어 닐 쉬플리와 악수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린 뒤 모자를 흔들어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화답했다. 황제의 100번째 라운드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황제' 우즈가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72홀을 완주하며 이 대회 100라운드를 완성했다. 26번째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24개 대회 연속 커트통과에 이어 우즈가 작성한 또하나의 대기록이다.

이날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우즈는 버디 1개에 보기 3개, 트리플보기 1개로 5오버파 77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오버파 304타, 오전 5시 30분 현재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황제'에게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정규대회 72홀을 완주했다는데서 의미가 적지 않다.

우즈는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1오버파 145타를 쳐 공동22위로 커트통과했다. 이 대회 연속 24회 커트통과에 성공하며 최다 연속 커트통과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10오버파 82타를 친 것이 뼈아팠다. 전날 잔여경기까지 23홀을 경기한 여파가 크게 남은 듯 했다. 순식간에 최하위로 밀려나고 경기 내내 보여준 컨디션 난조에 경기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우즈는 "내일 준비된 모습으로 오겠다"며 완주를 다짐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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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우즈는 이른 아침부터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샷을 점검했다. 이때 특별한 도우미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느새 우즈만큼 훌쩍 키가 큰 아들 찰리였다. 그는 우즈의 스윙을 함께 점검하며 의견을 나눴고, 1사긴 가량의 연습 뒤 카트를 타고 1번홀까지 동행했다.

경기 시작은 좋았다. 1번홀(파4) 파에 이어 2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360야드 보내 투온에 성공하며 버디를 잡아냈다. 하지만 5번홀(파5)에서 치명적인 티샷 미스에 3퍼트까지 더해지면서 트리플 보기를 범한 것이 뼈아팠다.

그래도 우즈는 남은 홀에서 최선을 다했다. 매 샷을 집중했고, 모든 스트로크에 정성을 다했다. 덕분에 후반 9홀에서는 보기는 1개만 범했고 모두 파로 막아냈다. 그의 26번째 마스터스는 최종합계 304타로 마무리됐다. 304타는 우즈가 프로 데뷔 이후 72홀 경기에서 기록한 최고 타수다.

경기를 마친 뒤 우즈는 "전반적으로 좋은 한주였다. 오랫동안 대회를 치르지 않고 이곳에 왔지만 1, 2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면서도 "어제는 내가 원하는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도 "(6언더파를 몰아친) 톰 김의 플레이방식이 내 안에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행하게도 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달에 한번씩 투어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마스터스를 완주해낸 그는 다음달 미국 켄터키주 발할라GC에서 열리는 PGA챔피언십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2000년 연장전 끝에 밥메이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곳이다. 우즈는 경기를 마친 뒤 "파인허스트(US오픈), 발할라, 트룬(디오픈)에서 '숙제'를 할 예정이지만, 일종의 계획인 상태"라며 "다음 대회의 몇몇 골프장에도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일찍 가서 점검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PGA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한 준비를 묻자 우즈는 답했다. "그저 계속 몸을 움직이고, (운동기구를) 들어올리고, 계속 더 강해지는 것뿐이다. 연습 세션을 계속 늘리고 싶다." 우즈의 눈은 지금도 다음을 향하고 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