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에서만 판매하는 인형 ‘놈’.  로이터연합뉴스
마스터스에서만 판매하는 인형 ‘놈’. 로이터연합뉴스
매년 4월 둘째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진다. 코스에서 톱랭커들이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두고 펼치는 전쟁, 그리고 마스터스의 갤러리 ‘패트론’들이 30㎝짜리 피규어 ‘놈(gnome)’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다.

마스터스는 13일(현지시간) 올해 총상금이 2000만달러(약 277억원)로 사상 최고라고 발표했다. 상금 규모는 입장권과 기념품, 식음료, 중계권 판매 수익금 등을 반영해 결정되는데 ‘놈’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스터스 대회 기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만 판매되는 기념품은 골프팬에게 큰 인기다. 대표 상품은 모자였지만 몇 년 사이 바뀌었다. 흰 수염이 달린 노인 모습의 놈이 간판 기념품 자리를 차지했다. 놈은 뾰족한 모자를 쓴 작은 남자 모습의 땅속 요정으로 마당이나 문 앞에 두면 액운을 막아준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2016년부터 매해 다른 복장을 한 놈을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 놈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흰 마스터스 버킷햇에 파란색 카디건, 청록색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클럽을 둘러메 마치 오거스타 내셔널에 라운드하러 가는 듯한 차림에 팬들은 열광했다. 계산대의 한 직원은 “오전 8시가 되기도 전에 팔렸다”며 “내일 오전 7시 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와야 한다”고 귀띔했다. 놈뿐만 아니라 캐디 복장을 한 놈의 그림이 있는 깃발, 놈 캐릭터를 크게 그려 넣은 티셔츠가 올해 처음 나왔는데 대회를 하루 남겨둔 이날 현재 대부분 팔려나갔다.

놈은 오거스타 내셔널의 전략을 집대성한 제품이다. 놈을 차지하기 위한 오픈런이 벌어지고 한 시간 안에 준비한 물량이 동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은 2016년 이후 49.5달러(약 6만8500원)라는 가격을 유지하면서 매일 일정한 수량을 1인당 1개만 판매한다. 패트론들은 아침부터 수백m씩 줄을 선다. 숍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40여 분간 줄을 서고, 숍 안에서 들어가 또다시 몇 겹으로 똬리 튼 대기 줄을 견딘다. 아무나 갈 수 없는 마스터스에서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제품’으로 자리 잡으며 몸값이 치솟은 결과다. 중고시장에서 올해 놈의 호가는 450달러에 이른다.

최상류층의 공간인 오거스타 내셔널이지만 그들이 파는 제품은 비싸지 않다. 가장 대표적 기념품인 모자는 32달러. 여간한 골프 브랜드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마스터스 대회장을 벗어나는 순간 가격은 3배 이상 뛰기 시작한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베일에 싸여 있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신비함, 그리고 소수의 사람만 경험하는 마스터스 대회 때만 구입할 수 있다는 ‘희소성’은 골프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2년 대회는 기념품 판매만으로 69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티켓, 식음료 판매 수익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경기 기간에 하루 4만 명이 대회장을 찾는 것으로 추정하면 방문객 한 명당 기념품 가게에서 평균 246달러를 쓴다는 얘기다. 기념품숍의 한 직원은 “내가 본 가장 큰 결제금액은 3만달러였다”고 말했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은 “우리는 마스터스의 신비로움과 마법 같은 순간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