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전세 6억원대요? 언제적 얘기를 하시는거에요. 한두달 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급한 물건은 다 빠졌어요."(강동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 대표)

한동안 서울 내에서 유일하게 전셋값이 하락했던 강동구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전세 급매물이 두 달 새 빠르게 소화되기 시작하더니 전셋값 상승이 시작된 것이다. 고덕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신학기 이사철 끝나자마자 손님이 정말 없었는데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 2일 8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 1월만 해도 이 면적대는 6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는데 석 달 만에 1억3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이 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6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 4억7000만원까지 하락했던 면적대다. 한 달 새 1억6000만원이 올랐다.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세입자들이 없었다"며 "인근에 아파트도 입주를 시작하고 세입자도 없다보니 전셋값이 빠르게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집주인들은 역전세 때문에 전세자금 반환대출을 받느니 직접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전경.사진=뉴스1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전경.사진=뉴스1
인근에 있는 단지들 사정도 비슷하다.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59㎡는 지난 1일 6억5000만원에 세입자와 계약을 했다. 지난 1월 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던 면적대로, 불과 몇 개월 새 7000만원이 뛰었다. 이 단지 전용 84㎡의 가장 최근 맺어진 계약건은 지난달 30일 이뤄진 것으로 6억5000만원이다. 현재 전세 호가는 7억원부터 시작한다는 게 일대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일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르테온 전용 84㎡는 경우 7억원부터 전세 물건이 있다고 보면 된다"며 "6억원대 매물도 있기는 한데 1층이거나 융자가 2억~3억원가량 있는 물건으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간 전셋값이 하락했던 이유는 신축 아파트에서 입주를 시작해서다. 상일동 'e편한세상고덕어반브릿지'는 지난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현재 총 593가구 가운데 78가구가 전세 물건으로 나와있다. 인근 고덕동 '고덕풍경채어바니티'도 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는데 여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총 780가구 가운데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만 234가구다.

다만 고덕풍경채어바니티의 경우 전용 84㎡ 전세 물건이 5억8000만~6억5000만원대다. 입주 초기 5억원대 초반이었던과 비교하면 일부 회복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진=연합뉴스
상일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입주 초기엔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면서 "고덕풍경채어바니티의 경우 입주지정기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가격 하락세가 가팔랐다. 지금은 지정기간이 끝나고 집주인들이 지연이자를 물고 있는 상황인데 전셋값은 너무 내리지 말자는 일종의 '합의'가 있었다더라. 이 때문인지 전셋값이 소폭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약세를 보인 또 다른 이유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입주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약 1만2000가구 규모에 달한다. 입주를 약 7개월 앞두고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부동산 등에 따르면 전용 84㎡ 전셋값은 7억5000만~8억원이다.

천호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워낙 물량이 많다보니 벌써부터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장이 가까워지는 하반기엔 다시 전셋값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셋값이 일부 회복하긴 했지만 단기간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동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3월이 지나면서 신학기 이사철 수요가 한 번 빠졌고 통상 5~6월까지는 비수기"라면서 "강동구에 여름께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셋값 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강동구 전셋값 하락세는 잦아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동구 전셋값은 지난 1월 마지막 주(29일)부터 약 3주간 하락하다 2월 셋째 주(19일) 반짝 반등한 이후 3주간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3월 둘째 주(11일)부터 5주 연속 다시 하락했다. 강동구는 올해 전셋값이 0.24% 내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했다. 다만 이달 첫째 주엔 0.02%, 둘째 주엔 0.01% 내려 낙폭이 크게 줄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