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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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2대 총선 결과 국민의힘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자 당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안철수·나경원·김기현 등 지난 전당대회나 당내 이권 싸움에서 윤 대통령의 견제를 받은 중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경기 분당갑에서 승리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YTN, CBS,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운영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그게 표로 증명된 선거"라며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서 이제는 정말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제대로 바꾸고, 당정관계를 건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민심과 거리가 있는 정책을 발표할 때 당이 거기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걸 (용산이) 허용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강하고 건설적인 당정 관계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당선자는 “집권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며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부터 일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국정 기조와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살펴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을에서 당선된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으로부터 일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두 윤 대통령의 압박에 고초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안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노골적인 압박을 받은 바 있다. 나 당선인은 대통령실과 친윤 의원들의 압박에 출마를 포기했다. 김 전 대표는 당대표로 당선됐으나 작년 말 대통령실의 불출마 압박에 끝내 지역구를 사수하고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당분간 여권 내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면서 당내에선 이들 비윤 중진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