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 등 시공사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불공정 구조 등으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PF 사업 약정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가 모든 책임 떠안는 구조가 PF 위기 키운 원인"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부동산 PF 약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보완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주요 약정서에는 책임준공, 채무인수(연대보증), 공사비 조정 불인정 등의 불공정 조항이 포함돼 있다. 고금리 지속과 시장 침체 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사업성이 악화한 것과 맞물려 PF 부실 위험이 가중됐다는 게 연구원의 진단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PF 약정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 면제 사유로 전쟁이나 지진 등만 언급돼 있다. 민원 및 자재수급 지연, 노조파업 등의 예외 사유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분양률이 저조해 시행사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건설회사는 자기자금을 투입해 준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준공 기간이 하루라도 지나면 건설사는 시행사와 함께 PF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과도한 수수료 요구 등 금융권의 ‘갑질’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금 신규 조달과 차환을 어렵게 해 개발사업 부실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시행, 시공, 금융이 협업해 이뤄지는 사업인데 지난 20여 년간 특정 참여자(시공사)가 대부분의 위험을 지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불공정한 약정으로 부동산 침체기 건설사의 대량 도산 리스크가 커지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에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가 PF 계약 내용 중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과 국토부가 행정지도 형태로 가이드라인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시장에선 금융사가 갑, 건설사는 을”이라며 “(금융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