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 배우자에게 나눠 줘야 하는 노령연금의 액수를 산정할 때 별거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로 볼 수 없는 기간은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연금액 변경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A씨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전 남편 B씨와 1992년 결혼했다가 2013년 협의 이혼했다. 이후 A씨는 2022년 8월부터 매월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를 알게 된 B씨가 작년 1월 국민연금공단에 A씨의 노령연금 중 일부를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혼인 관계를 5년 이상 유지하다가 이혼한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자며 본인이 60세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노령연금을 나눠서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두 사람의 혼인 기간을 1992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176개월로 보고 작년 2월부터 매달 약 18만원이 B씨에게 돌아가도록 분할연금 지급 결정을 했다. 이미 A씨가 받은 연금 중 분할분도 환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1995년께 가출했고 1998년 8월부터 경기 안산으로 거주도 옮겨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위 기간은 분할연금액 산정 기준이 되는 혼인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은 혼인 기간에서 제외된다”며 “별거 시점 이후로는 원고와 B씨 사이에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금전 거래한 내역을 찾기 어렵고 별거한 이후 왕래도 없이 지낸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