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법률자문자료 압수는 위법"…법원 '변호사 비밀유지권' 인정
'ACP' 입법 논의 탄력받을 듯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단독(판사 정성화) 재판부는 지난 2월 23일 1000억원대 부실 펀드를 판매하고 환매를 중단한 혐의로 기소된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법률자문 자료를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고 압수를 취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장 전 대표와 임직원의 휴대폰, 서버 외장하드,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 등을 폭넓게 확보했다. 이에 변호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광장은 검찰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 교환 자료를 압수한 것은 위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준항고를 신청했다.
남부지법은 “압수 물품 중 변호사가 수신인 또는 발신인인 메시지나 전자메일, 작성한 문서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장 전 대표 측이 신청한 준항고를 일부 받아들였다.
법조계는 이번 결정이 2012년 대법원 판례와 달리 변호인-의뢰인 특권을 인정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대법원은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조합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변호사-의뢰인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압수된 변호사의 법률의견서를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로 판단했다. 다만 작성자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진정성을 증명하지 않으면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 교환 자료를 압수해 이를 수사 및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법원의 변호사-의뢰인 특권 인정 사례가 나오면서 ACP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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