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몰랐는데 왜 잘라"…아빠 찬스로 합격한 은행원의 '반전'
우리은행이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을 해고 조치했으나 4년째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부정 입사자를 해고하고도 오히려 부당해고 소송을 당한 것인데, 채용비리 최초 폭로 시점부터 따지면 약 7년이 흘렀지만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대법원에서 채용비리 입사자 A씨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A씨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이 A씨를 '부당해고'한 것으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측은 이보다 앞서 상고이유서를 두 차례에 걸쳐 냈다.

이 사건은 2017년 국회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감에서 폭로된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의 청탁 당사자가 A씨의 아버지였다. 그는 우리은행 인사담당 상무에게 A씨가 공채에 지원한 사실을 알려줬다. 인사담당 상무는 A씨뿐 아니라 점수 미달로 불합격한 지원자들 일부를 합격권으로 처리해 A씨는 공채에 합격했다.

우리은행은 2021년 2월 결국 A씨를 해고했다. 문제는 그 다음.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고 중노위는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 주장의 요지는 '아버지가 자신의 채용을 청탁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 우리은행이 부정입사자 대상으로 권고사직 면담을 진행할 때 처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1심 판단도 중노위 판정과 다르지 않았다. 1심은 해당 상무가 개입해 합격됐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가 이 과정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고 봤다. A씨 아버지가 청탁한 내용도 특정되지 않은 만큼 지원 사실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는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우리은행과 A씨 사이의 근로계약은 부친의 부탁에 의한 상무의 청탁 결과로 볼 수 있고, 채용 과정에서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면서 ""A씨가 직접 부정채용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 해도, 사용자인 우리은행과의 관계에서는 A씨 측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입사자 관련 해고 분쟁은 총 7건으로 이 가운데 4건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고 3건 중 2건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1건은 근로자 측이, 1건은 회사 측이 1심에서 승소했다. 나머지 한 건이 대법에 걸려 있는 A씨 사건이다.

채용비리 입사자를 해고한 기업들이 오히려 소송을 당한 경우 판결은 엇갈렸다. DGB대구은행에서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은 해고되자 소송을 제기해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이 직원이 복직될 때까지 매월 임금 37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직원도 자신은 채용비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 결국 DGB대구은행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해당 직원을 복직시켰다.

반면 강원랜드의 경우 채용비리로 입사한 직원들을 해고한 후 법적 분쟁이 불거졌지만 회사 측이 최종 승소했다. 부정행위를 통해 합격한 사실만으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이 지난 2월 대법에서 확정됐다. 지원자의 부정행위 사실 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공정한 절차를 거쳐 채용되지 않았을 경우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리은행은 강원랜드와 달리 내부 규정상 근거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 우리은행이 A씨를 해고할 때 근거로 삼은 규정은 '그 밖에 명백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채용 과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 이 조항을 근거로 해고한 것이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강원랜드 사건과 우리은행 사건은 회사 규정이 달라 근로자 측 주장으로 원심이 파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그 차이(명시적 규정 유무)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