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을 10년 만에 재추진한다. 공공부문 공사비를 증액해 침체한 건설 경기 회복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부채상환용 토지 매입에 나선다.

리츠로 미분양 매입…LH, 건설사 토지 3조원 사들인다
정부는 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CR리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4년 실행됐다.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CR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 주택 한정)와 함께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를 적용하면 세율이 12%지만, 이를 배제하면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가 1%로 낮아진다. 세제 혜택 적용 대상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매입하는 주택이다.

정부는 또 브리지론 단계(착공 전)에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은 LH 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가 매입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분양 사업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받기 위한 ‘분양가 5% 할인’ 요건을 폐지하는 등 주택 PF 보증 요건도 완화한다.

국토교통부와 LH는 PF 등 부동산 금융시장 지원을 위해 다음달 5일부터 3조원 규모의 부채상환용 토지 매입에 나선다. LH의 토지 매입은 매도를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매각 희망가를 제출받아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공공부문 공사비도 현실화한다.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직접 공사비 산정 기준을 시공 여건(입지, 층수 등)에 맞게 조절하기로 했다. 또 최근 급등한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물가 반영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턴키 등 기술형 입찰로 추진되는 국책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입찰 제도를 합리화해 유찰을 최소화한다. 작년 1월 이후 유찰된 대형 공사(4조2000억원 규모)는 수의계약 진행으로 상반기 3조원 이상 규모 공사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때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공공에 제공하는 임대주택 인수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