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6일 ‘강북권 대개조 구상’을 통해 노후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 완화 계획을 밝혔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최혁 기자
서울시가 26일 ‘강북권 대개조 구상’을 통해 노후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 완화 계획을 밝혔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최혁 기자
서울시가 26일 ‘강북권 대개조 구상’을 내놓은 건 노원·도봉·강북구가 속한 강북권 일대가 50년간 ‘베드타운’으로 낙후돼 있어서다. 기업이 모이는 업무·상업시설은 강북권을 합쳐도 서울 광화문 등 도심의 60%에 그친다. 500조원에 가까운 서울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강북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조원에 불과할 정도다.

서울시는 강북권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상업지역 총량제’를 풀고, 고층 오피스와 쇼핑몰을 지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봉구 창동 차량기지 등 대규모 부지는 민간사업자가 용도 규제 없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균형발전 사전협상제’(화이트사이트)를 처음 적용한다. 사업성이 낮았던 강북권 일대 역세권 아파트는 최대 용적률의 1.2배까지 허용해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강북 역세권 용적률 1.2배로…4만가구 재건축 '숨통'

상업지역 총량 풀어 업무지구 조성

상업지역 총량제는 2030년까지 서울시가 자치구별로 상업지역 총량을 배정하고, 그 안에서 상업지역을 지정하는 제도다. 상업지역 총량제가 풀리면 고층 오피스와 쇼핑몰을 지을 상업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 동북권(343만㎡)과 서북권(176만㎡)의 상업지역 면적이 도심권(814만㎡)이나 동남권(627만㎡)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점을 고려했다. 서울시는 총량제 해제를 통해 강북권의 상업지역을 두세 배 확대해 강남권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북권에서 상업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화이트사이트다. 기존 도시계획으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사업시행자가 원하는 규모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용적률은 일반상업지역 법적상한용적률(800%)의 1.2배까지 주어지고, 공공기여율 상한선이 60%에서 50%로 완화된다.

서울시는 화이트사이트를 강북권 대규모 유휴부지에 집중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적용대상지로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25만㎡)이 거론된다. 이 부지와 동쪽으로 인접한 NH농협부지(3만㎡)는 주거지와 쇼핑몰이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청량리 차량기지 일대(35만㎡)와 이문 차량기지(21만㎡), 신내 차량기지(34만㎡) 등 다른 차량기지에도 적용된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는 미디어 콘텐츠와 연구개발(R&D) 중심의 서울창조타운으로 재조성할 계획이다. 화이트사이트 적용 대상지는 상반기 검토를 거쳐 이르면 7월 결정된다.

월계·중계 역세권, 준주거로 종 상향

노원·도봉·강북구 일대 노후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지원 방안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이 지역은 임대주택이나 공공기여(기부채납)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1990년대에 들어서 사업성의 기준이 되는 서울시 허용용적률(3종 주거, 230%)을 웃도는 단지가 많다.

우선 역세권 아파트에 법적 용적률 최대치의 1.2배(360%)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용적률 250% 전후인 단지 기준 100%포인트 안팎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 역세권에선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고, 전체 공공기여율을 15%에서 10%로 낮추는 인센티브도 검토할 수 있다. 준주거지역이 되면 용적률 최대치는 500%까지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재건축이 어려웠던 65개 단지, 4만2000여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혜택은 서울 전역에 적용되지만, 수혜지는 강북권에 몰려 있다는 게 서울시 분석이다.

북한산 밑이라는 이유로 고도 제한이 걸린 지역에 대한 정비사업도 지원한다. 모아타운을 추진할 때 자연경관지구는 기존 3층에서 약 7층(20m)으로, 고도지구는 20m에서 최대 45m로 풀어주는 방식이다.

재개발 대상지도 286만㎡에서 800만㎡로 지금보다 세 배 가까이 확대된다. 지난 1월 말 시행된 도시정비법 시행령으로 노후도 기준이 67%에서 60%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접도율(붙어 있는 도로 폭) 기준도 4m 도로에서 6~8m로 완화된다. 폭 6m 미만 소방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노후 주거지도 재개발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하면서 정비계획 입안을 동시에 진행하면 정비사업 기간을 추가로 1년 더 단축할 수 있다”며 “재건축 시작부터 준공까지 7~8년 안에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