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억 동탄 부동산 부자, 주가 왜 이래요"…우진 개미 '한숨'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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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계측기 강자 우진을 가다
‘37년 한우물’ 백승한 대표 인터뷰
“SMR 적용 핵심 계측기 개발
포스코와 수소환원제철 협력
전력용 반도체 온도 센서 판매 확대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도전”
현금성+부동산 자산, 시총의 70%
증권가 “정부 정책 따라 실적 좌우”
‘37년 한우물’ 백승한 대표 인터뷰
“SMR 적용 핵심 계측기 개발
포스코와 수소환원제철 협력
전력용 반도체 온도 센서 판매 확대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도전”
현금성+부동산 자산, 시총의 70%
증권가 “정부 정책 따라 실적 좌우”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7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美·佛·英 등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원전 강국인 한국도 예산 증액을 통해 원전 생태계 강화 및 수출산업화 지원,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력발전(i-SMR) 개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원전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기에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백승한 우진 대표(62세)는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진은 1980년 5월 설립됐고 원자로 내 주요 계측기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당시 포항제철소는 쇳물의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전량 수입했는데, 이성범 우진 창업주가 ‘우린 돈보다 기술을 벌자’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철강산업 현장에서 온도 센서는 중요하다. 온도·산소·탄소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1983년 박태준 포스코 사장이 “하루에 온도 센서 몇 백 개를 써야 하는 만큼, 우진은 마음껏 만드는데 집중하라”며 지분 투자하는 등 상생 파트너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 포스코와 지분 관계는 없다.
우진은 1987년 12월 계측기술연구소를 만들었고, R&D(연구개발)에 힘쓴 결과 국가별 산업재산권이 이달 기준 총 321개(대한민국 286개, 일본 13개, 미국 7개, 중국 5개 등) 등록됐다. 연 매출의 평균 6~7%를 R&D에 투자한 결과다. 1990년대에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량 수입하던 노내 핵 계측기(ICI) 등 원전 핵심 계측기를 국산화해 제2 도약을 했다. 1999년 정밀계측기단지를 준공해 입주했다. 이곳이 현재의 본사인데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로 24에 있다. 약 6700평에 5층 건물을 자랑하고 우진엔텍, 한국나가노, 한국지노 등 관계사들의 건물도 있다. 부지와 건물을 포함하면 571억원(장부가 기준)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진은 한국 표준형 원자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4대 주요 계측기 납품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원자로 내 제어봉 위치를 감지하는 계측기(RSPT·제어봉 위치 전송기)와 원자로 내 냉각재 수위를 측정하는 계측기(HJTC·원자로 수위감시용 열전대), 원자로 내 핵분열 상태를 측정하는 계측기(ICI Assembly·노내 핵 계측기), NSSS 냉각재 온도 측정용 측온 저항체(Fast Response RTD·냉각재 온도센서) 강자다. 원자력 사업 매출은 지난해 350억원에 달한다. 2019년 원전 건설 지연으로 169억원까지 떨어졌지만 글로벌 친원전 기조로 상승세다. 백 대표는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이 중요한 영업 지표인데, 2018년 65%에서 지난해 82%까지 올라왔다”며 “올해는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계측기 등 납품 물량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울4호기(옛 신고리 6호기)의 경우 납품 계약이 고정돼 실적에 반영될 것이고, 에너지 산업의 화두인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이 조만간 발표(5월 예상)되면 내용에 따라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체코·폴란드·튀르키예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제안하고 있고, 핀란드에는 소형원전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원전 영토’가 늘수록 우진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백 대표는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예비품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신규 원전 계획으로 부품 공급과 교체 수요가 상당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진은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 2호기에 56억원 규모의 핵심 부품을 공급 사례가 있어 해외 수출 확대 가능성도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벨기에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연 34개국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과 첨단 원자로 조기 배치 등에 합의한 것도 호재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원전 가동 연장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IA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투자 금액은 2016~2020년 363억달러(약 48조원)에서 2026~2030년 1079억달러(145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백 대표는 “SMR이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한국·미국·러시아·중국 등에서 80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인데 2040년까지 3000억달러(40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형원전 계측기 기술 노하우와 강점을 적극 활용해 SMR에 적용 가능한 핵심 계측기 개발을 하고 있으며 R&D를 통해 성장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원전의 경우 100만 년에 1회 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데, 미래 먹거리인 SMR의 경우 사고 우려는 10억 년의 1회 수준에 그치는 등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SMR은 건설비용 1조~3조원, 공사 기간은 2년으로 짧은 편이다. 대형원전 건설비용의 3분의 1, 공기는 절반 정도다. 핵연료 교체주기는 20년으로, 대형원전 18개월보다 상당히 길다. 발전용량은 300MW 이하다.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수소환원제철 분야 진입을 위해 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백 대표는 “신성장동력인 수소환원제철 분야는 화석 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철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며 “포스코가 오는 205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할 계획으로, 2030년까지 100만t 규모 실증 설비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용 반도체 분야도 질주한다. 백 대표는 “최근 전기차, 전력 그리드, 신재생 발전, 데이터센터 등의 기술 고도화에 따라 해당 산업에서 쓰이는 반도체의 기능과 성능의 발전이 수반되고 있다”며 “고전압, 고전류, 고온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력용 반도체가 필요하게 됐고 해당 반도체의 제작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온도센서 및 교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충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진의 사업 모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매출의 55%를 담당한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온도 센서 22%, 자동화장치 12%, CMS(Condition Monitoring System·상태감시시스템) 10%다.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와 온도 선세어 대한 생산설비 및 교정설비를 갖추고 있어 직접 원자재를 구매해 생산 현장에서 제조한 후 납품하는 것을 기본 사업 구조로 하고 있다. 다양한 발전소와 철강업체를 포함한 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화장치, CMS 사업은 제품 설계 및 설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네 개의 사업은 고객 발주에 맞춰 주문생산이 이뤄지는데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2020년 매출 892억원, 영업이익 1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291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각각 44.73%, 926.67% 뛰었다. 지난해는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 성공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삼성전자, 포스코, 두산, GS칼텍스, 한국전력공사 등 230곳과 거래한다. 사우디 아람코에도 밴더 등록이 되어 있고, 쿠웨이트 석유공사와도 실적이 있다. 우진은 지난해 1분기 차입금을 전액 상환해 무차입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264억원, 부동산 자산은 890억원이다. 이를 합하면 시가총액(1734억원)의 7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주가는 8530원(29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고점(7월 13일 1만1700원) 대비 27.09% 하락했다. 총 주식 수는 2032만3614주다. 최대주주는 이재원 의장 외 11인이 지분 31.57%를 갖고 있다. 자사주 2.49%, 외국인 지분율 1.72%로 유통 물량은 60%가 조금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투자자는 2만명이 넘는다. 백 대표는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업을 펼친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중간배당(1주당 50원)을 실시해 총 200원의 배당금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2021년 배당금(100원)의 2배지만 배당수익률은 2.15%로 고배당주에 속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올해 원자력발전 생태계에 3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돼 2년 연속 중간배당을 기대해 볼 만하다. 또 “올해 지속성장가능위원회를 발족했다”며 “원전사업의 경우 주 계약자뿐만 아니라 부품사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한다”며 “선진국은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기 때문에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31년, 2032년 가동되는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 수명이 60년이기 때문에 우진은 2092년까지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988년 2월 연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37년 근무’ 백 대표는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그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밤샘 근무를 하며 연구 과제를 제출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해결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열정이 있어야 꿈도 설계하고 계획할 수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소한 것이라도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다. 또 “직장인이라면 매일 아침 일어날 때 ‘회사 가기 싫다’란 생각과 ‘오늘은 회사에서 뭘 해내야겠다’란 생각은 천지차이다”며 “본인을 성장시키는 건 본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I(인공지능)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원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며 “이에 따라 원전용 계측기를 다루고 있는 우진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 원전 시장 계측기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전 산업의 향방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객사 사업 계획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이 끝나지 않아 해외 수주 관련 리스크는 내재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동탄 본사 부지·건물 가치만 571억 … 국가별 산업재산권 321개 ‘기술 강자’
우진은 1987년 12월 계측기술연구소를 만들었고, R&D(연구개발)에 힘쓴 결과 국가별 산업재산권이 이달 기준 총 321개(대한민국 286개, 일본 13개, 미국 7개, 중국 5개 등) 등록됐다. 연 매출의 평균 6~7%를 R&D에 투자한 결과다. 1990년대에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량 수입하던 노내 핵 계측기(ICI) 등 원전 핵심 계측기를 국산화해 제2 도약을 했다. 1999년 정밀계측기단지를 준공해 입주했다. 이곳이 현재의 본사인데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로 24에 있다. 약 6700평에 5층 건물을 자랑하고 우진엔텍, 한국나가노, 한국지노 등 관계사들의 건물도 있다. 부지와 건물을 포함하면 571억원(장부가 기준)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진은 한국 표준형 원자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4대 주요 계측기 납품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원자로 내 제어봉 위치를 감지하는 계측기(RSPT·제어봉 위치 전송기)와 원자로 내 냉각재 수위를 측정하는 계측기(HJTC·원자로 수위감시용 열전대), 원자로 내 핵분열 상태를 측정하는 계측기(ICI Assembly·노내 핵 계측기), NSSS 냉각재 온도 측정용 측온 저항체(Fast Response RTD·냉각재 온도센서) 강자다. 원자력 사업 매출은 지난해 350억원에 달한다. 2019년 원전 건설 지연으로 169억원까지 떨어졌지만 글로벌 친원전 기조로 상승세다. 백 대표는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이 중요한 영업 지표인데, 2018년 65%에서 지난해 82%까지 올라왔다”며 “올해는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여 계측기 등 납품 물량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울4호기(옛 신고리 6호기)의 경우 납품 계약이 고정돼 실적에 반영될 것이고, 에너지 산업의 화두인 제11차 전력수급계획이 조만간 발표(5월 예상)되면 내용에 따라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체코·폴란드·튀르키예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제안하고 있고, 핀란드에는 소형원전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원전 영토’가 늘수록 우진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백 대표는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예비품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신규 원전 계획으로 부품 공급과 교체 수요가 상당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진은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 2호기에 56억원 규모의 핵심 부품을 공급 사례가 있어 해외 수출 확대 가능성도 있다.
“SMR 핵심 계측기 개발 노력 … 포스코와 수소환원제철 협력”
지난 21일(현지시간) 벨기에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연 34개국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과 첨단 원자로 조기 배치 등에 합의한 것도 호재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원전 가동 연장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IA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투자 금액은 2016~2020년 363억달러(약 48조원)에서 2026~2030년 1079억달러(145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백 대표는 “SMR이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한국·미국·러시아·중국 등에서 80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인데 2040년까지 3000억달러(40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형원전 계측기 기술 노하우와 강점을 적극 활용해 SMR에 적용 가능한 핵심 계측기 개발을 하고 있으며 R&D를 통해 성장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원전의 경우 100만 년에 1회 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데, 미래 먹거리인 SMR의 경우 사고 우려는 10억 년의 1회 수준에 그치는 등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SMR은 건설비용 1조~3조원, 공사 기간은 2년으로 짧은 편이다. 대형원전 건설비용의 3분의 1, 공기는 절반 정도다. 핵연료 교체주기는 20년으로, 대형원전 18개월보다 상당히 길다. 발전용량은 300MW 이하다.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수소환원제철 분야 진입을 위해 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백 대표는 “신성장동력인 수소환원제철 분야는 화석 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철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며 “포스코가 오는 205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할 계획으로, 2030년까지 100만t 규모 실증 설비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용 반도체 분야도 질주한다. 백 대표는 “최근 전기차, 전력 그리드, 신재생 발전, 데이터센터 등의 기술 고도화에 따라 해당 산업에서 쓰이는 반도체의 기능과 성능의 발전이 수반되고 있다”며 “고전압, 고전류, 고온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력용 반도체가 필요하게 됐고 해당 반도체의 제작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온도센서 및 교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에 따른 수요 충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진의 사업 모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매출의 55%를 담당한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온도 센서 22%, 자동화장치 12%, CMS(Condition Monitoring System·상태감시시스템) 10%다.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와 온도 선세어 대한 생산설비 및 교정설비를 갖추고 있어 직접 원자재를 구매해 생산 현장에서 제조한 후 납품하는 것을 기본 사업 구조로 하고 있다. 다양한 발전소와 철강업체를 포함한 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화장치, CMS 사업은 제품 설계 및 설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네 개의 사업은 고객 발주에 맞춰 주문생산이 이뤄지는데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 한수원·삼성전자 등 230곳과 거래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2020년 매출 892억원, 영업이익 1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291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각각 44.73%, 926.67% 뛰었다. 지난해는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 성공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삼성전자, 포스코, 두산, GS칼텍스, 한국전력공사 등 230곳과 거래한다. 사우디 아람코에도 밴더 등록이 되어 있고, 쿠웨이트 석유공사와도 실적이 있다. 우진은 지난해 1분기 차입금을 전액 상환해 무차입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264억원, 부동산 자산은 890억원이다. 이를 합하면 시가총액(1734억원)의 70%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주가는 8530원(29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고점(7월 13일 1만1700원) 대비 27.09% 하락했다. 총 주식 수는 2032만3614주다. 최대주주는 이재원 의장 외 11인이 지분 31.57%를 갖고 있다. 자사주 2.49%, 외국인 지분율 1.72%로 유통 물량은 60%가 조금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투자자는 2만명이 넘는다. 백 대표는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업을 펼친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중간배당(1주당 50원)을 실시해 총 200원의 배당금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2021년 배당금(100원)의 2배지만 배당수익률은 2.15%로 고배당주에 속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올해 원자력발전 생태계에 3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돼 2년 연속 중간배당을 기대해 볼 만하다. 또 “올해 지속성장가능위원회를 발족했다”며 “원전사업의 경우 주 계약자뿐만 아니라 부품사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한다”며 “선진국은 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기 때문에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31년, 2032년 가동되는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 수명이 60년이기 때문에 우진은 2092년까지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988년 2월 연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37년 근무’ 백 대표는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그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밤샘 근무를 하며 연구 과제를 제출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해결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열정이 있어야 꿈도 설계하고 계획할 수 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소한 것이라도 지루할 정도로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다. 또 “직장인이라면 매일 아침 일어날 때 ‘회사 가기 싫다’란 생각과 ‘오늘은 회사에서 뭘 해내야겠다’란 생각은 천지차이다”며 “본인을 성장시키는 건 본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AI(인공지능)로 인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원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며 “이에 따라 원전용 계측기를 다루고 있는 우진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 원전 시장 계측기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전 산업의 향방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객사 사업 계획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이 끝나지 않아 해외 수주 관련 리스크는 내재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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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