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로 글로벌 1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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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빠른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일정을 내놓으며 전고체 배터리 대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적이고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 1000km 이상 전기차도 가능해 진다
[한경ESG] ESG 핫 종목 - 삼성SDI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항상 신사업에 대해 2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1등 할 수 있느냐?”, “뭘 도와주면 되느냐?” 이 질문이 오늘의 삼성그룹 문화를 만들었다. 메모리 반도체 삼성전자, 바이오 CMO 분야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 각 분야 1위가 됐다. 삼성SDI는 삼성에서 배터리 분야를 맡고 있다. 후발 주자였다.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경쟁자들 사이에서 1등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투자자들 사이에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정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배터리 산업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반도체에 집중 투자해야 할 삼성은 여력이 없다는 시각도 컸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2024 인터배터리〉에서 삼성SDI가 내놓은 포부는 투자자의 편견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배터리 회사들이 쉽게 상용화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계획표를, 그것도 투자자의 예상보다 더 빠른 날짜를 적어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1위의 꿈을 갖고 있다”라는 포효에 투자자들은 삼성SDI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차전지는 전기차 등을 앞세운 친환경성으로 ESG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최우선 투자 고려 대상이곤 했다.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2차전지는 대부분 리튬이온전지를 쓴다. 전지는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만드는 장치다. 전자를 내보내고 싶어 하는 물질은 양극, 전자를 얻고 싶어 하는 물질은 음극에 놓는다. 각각 양극재, 음극재가 된다.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며 위치에너지를 쓰는 것처럼 전자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리튬은 알칼리성금속으로 전자를 쉽게 내놓는다. 양극에서 전자가 음극으로 가면 방전, 음극에서 전자가 양극으로 돌아가면 충전이 된다. 그 통로가 전해질이다. 그동안 배터리의 전해질은 액체였다. 액체는 불안하기 때문에 분리막과 냉각 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체는 안정적이고 밀도가 높다. 가연성의 액체 전해질이 사라지면 고체 전해질 자체가 분리막 역할을 하고 온도에도 덜 민감해진다. 공간이 생긴 만큼 에너지밀도는 높아진다. 전고체 배터리는 더 용량이 많고, 추운 겨울에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이유다. 상용화만 된다면 주행거리 1000km 이상 가는 전기차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삼성SDI는 〈2024 인터배터리〉 전시에서 업계 최고 에너지밀도를 자랑하는 900Wh/L ASB(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2027년으로 제시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제품이다. 기존 리튬이온의 한계 밀도는 800Wh/L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는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무음극 기술을 적용해 음극 부피를 줄이면서 양극재를 추가해 업계 최고 에너지밀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수요 둔화 등 3가지 난관
몇 가지 난제가 있다. 전기차 수요 자체에 대한 우려다. 유럽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내연기관을 더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미국도 고금리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둔화가 가격 하락 등을 통한 시장 확대기 전에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전고체 배터리 자체 문제다. 전고체는 전해질이 고체가 되기에 저항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다. 전고체 배터리 내부에 생기는 덴드라이트(일종의 돌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상용화를 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5배 이상 비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지 않는 영역이라 그렇다.
세 번째는 전고체 배터리 자체의 수요와 생산능력이다. 2030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약 4270GWh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전고체 전지 생산량은 149GWh에 불과하다. 극히 일부 전기차 모델에만 적용 가능하다. 양산이 시작되더라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존 공정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할 정도에 이를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주가 전망은
주가 차원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많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 자체가 배터리업계의 끊임없는 주가 이벤트가 될 수 있다. 2027년 양산 전까지 도요타 등 다른 회사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대장주로서 호재가 될 수 있다. 또 삼성SDI가 좀 더 자세한 생산 계획이 담긴 로드맵을 공개할 때마다 주가 부양 재료가 된다. 투자자로서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실적 상승에 따른 펀더멘털적 호재와 전고체 배터리라는 센티멘털적 호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체 저평가 매력도 크다. 삼성SDI 시가총액은 31조원가량으로, 배터리 사업부 가치는 약 17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SDI의 2026~2028년 예상 생산능력은 약 200GWh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약 500GWh 계획으로 시총 94조원을 인정받는 것을 고려하면 경쟁사 대비 할인율이 50% 이상이다. 배터리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투자자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23년 기준 삼성SDI의 연평균 투자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의 37%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80%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보수적 투자’라는 기존 관점은 갈수록 약해질 전망이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대에 불과해 업종 내 가장 저평가된 종목으로 꼽힌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하지만 지난 3월에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2024 인터배터리〉에서 삼성SDI가 내놓은 포부는 투자자의 편견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배터리 회사들이 쉽게 상용화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계획표를, 그것도 투자자의 예상보다 더 빠른 날짜를 적어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1위의 꿈을 갖고 있다”라는 포효에 투자자들은 삼성SDI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2차전지는 전기차 등을 앞세운 친환경성으로 ESG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최우선 투자 고려 대상이곤 했다.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2차전지는 대부분 리튬이온전지를 쓴다. 전지는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만드는 장치다. 전자를 내보내고 싶어 하는 물질은 양극, 전자를 얻고 싶어 하는 물질은 음극에 놓는다. 각각 양극재, 음극재가 된다.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며 위치에너지를 쓰는 것처럼 전자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리튬은 알칼리성금속으로 전자를 쉽게 내놓는다. 양극에서 전자가 음극으로 가면 방전, 음극에서 전자가 양극으로 돌아가면 충전이 된다. 그 통로가 전해질이다. 그동안 배터리의 전해질은 액체였다. 액체는 불안하기 때문에 분리막과 냉각 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체는 안정적이고 밀도가 높다. 가연성의 액체 전해질이 사라지면 고체 전해질 자체가 분리막 역할을 하고 온도에도 덜 민감해진다. 공간이 생긴 만큼 에너지밀도는 높아진다. 전고체 배터리는 더 용량이 많고, 추운 겨울에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이유다. 상용화만 된다면 주행거리 1000km 이상 가는 전기차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삼성SDI는 〈2024 인터배터리〉 전시에서 업계 최고 에너지밀도를 자랑하는 900Wh/L ASB(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2027년으로 제시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제품이다. 기존 리튬이온의 한계 밀도는 800Wh/L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는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무음극 기술을 적용해 음극 부피를 줄이면서 양극재를 추가해 업계 최고 에너지밀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수요 둔화 등 3가지 난관
몇 가지 난제가 있다. 전기차 수요 자체에 대한 우려다. 유럽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내연기관을 더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미국도 고금리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둔화가 가격 하락 등을 통한 시장 확대기 전에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전고체 배터리 자체 문제다. 전고체는 전해질이 고체가 되기에 저항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다. 전고체 배터리 내부에 생기는 덴드라이트(일종의 돌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상용화를 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5배 이상 비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지 않는 영역이라 그렇다.
세 번째는 전고체 배터리 자체의 수요와 생산능력이다. 2030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약 4270GWh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전고체 전지 생산량은 149GWh에 불과하다. 극히 일부 전기차 모델에만 적용 가능하다. 양산이 시작되더라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존 공정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할 정도에 이를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주가 전망은
주가 차원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많다. 우선 전고체 배터리 자체가 배터리업계의 끊임없는 주가 이벤트가 될 수 있다. 2027년 양산 전까지 도요타 등 다른 회사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대장주로서 호재가 될 수 있다. 또 삼성SDI가 좀 더 자세한 생산 계획이 담긴 로드맵을 공개할 때마다 주가 부양 재료가 된다. 투자자로서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실적 상승에 따른 펀더멘털적 호재와 전고체 배터리라는 센티멘털적 호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체 저평가 매력도 크다. 삼성SDI 시가총액은 31조원가량으로, 배터리 사업부 가치는 약 17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SDI의 2026~2028년 예상 생산능력은 약 200GWh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약 500GWh 계획으로 시총 94조원을 인정받는 것을 고려하면 경쟁사 대비 할인율이 50% 이상이다. 배터리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투자자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23년 기준 삼성SDI의 연평균 투자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의 37%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80%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보수적 투자’라는 기존 관점은 갈수록 약해질 전망이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대에 불과해 업종 내 가장 저평가된 종목으로 꼽힌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