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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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무소 신임 소장으로 부임한 소감은.

현재 일본을 찾는 관광객의 1/3이 한국인이다. 때문에 일본 관광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곳이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를 담당하게 된 것 자체가 ‘챌린지(도전)’라고 생각한다. 부담감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부임 전에 두 차례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첫 방문은 학생 때로 한국인 친구의 집에 놀러왔었다. 마침 서울에 10년 만에 폭설이 내린 날이었는데, 온돌이 따뜻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또 한 번은 워크숍이 제주에서 열려 올레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 이때의 기억으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무소 발령 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면서 한국과 연계된 업무를 맡기도 했다.


다른 나라 여행자들과 대조되는 한국 여행객들의 특징이 있다면.

관광객의 국적에 따라 여행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다. 유럽이나 미국 여행객은 오랜 기간 머무르면서 다양한 지역을 둘러보는 편이다. 그리고 위스키, 애니메이션 등 확실한 관심사를 테마로 여행하는 분이 많다. 반면 아시아 지역의 관광객분들은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유명한 관광지 중심으로 여행하는 편이다.

한국 여행자들은 그 중간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행 일정은 짧지만 재방문자가 많은 편이고, 도쿄나 오사카처럼 대도시를 많이 찾는다. 그러나 일본 여행 입문지라고 할 수 있는 스폿은 졸업했고, 조금 더 심도 있는 여행을 추구한다. 성향과 취향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소도시의 매력을 알려 좀 더 풍요로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일본 여행 트렌드가 변화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세계적으로 반영되는 트렌드, 아웃도어 활동과 다인원이 아닌 소그룹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은 일본 여행에서도 발견되는 공통적인 변화다. 일본정부관광국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좀 더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향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정상화까지는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는가.

수치적으로는 80% 정도다. 그러나 개인적인 체감의 정도는 90%다. 여기에서의 10% 차이는 일본 현지 분위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소장으로 부임해 한국에 도착한 것이 5월인데 거리의 풍경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지만, 일본은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가 자유로운 관광에 약간은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사진=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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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 여행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가장 민감한 이슈다. 한·일 정부 간 정치적인 문제는 있었지만, 한국 분들이 일본을 잊지 않고 찾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때문에 한국 여행자분들이 참고하실 수 있도록 여행 정보를 알리고 홍보하는 활동은 계속해왔다. 그러나 일방적인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그래서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일본정부관광국은 매년 3월마다 해외 관광객을 맞이하는 기조를 정한다. 올해 역점을 두는 주제 중 하나가 ‘지역 도시 여행’이다. 한국사무소도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도시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소도시 여행을 장려하는 이유는.

전 세계 관광지에서 대두되는 문제로, ‘오버 투어리즘’이 있다. 유명 관광지 한 곳에 너무 많은 사람이 찾게 되면 관광객도 만족도가 떨어지고, 현지 주민 역시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알림으로써 관광객들이 다양한 도시를 방문한다면 이러한 밀집의 문제, 또 수입 집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제주항공이 오이타에 신규 취항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본에는 도쿄, 오사카 외에도 매력적인 도시가 많다. 오이타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오이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 도시 벳푸가 있다. 벳푸는 온천 용출량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올 것 같은 크고 화려한 온천부터 작고 소박한 온천까지 곳곳에서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인 역시 온천 여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또한 온천은 일본 사람들에게 일상의 일부다. 때문에 벳푸에서 온천을 경험하는 것은 휴양을 넘어 일본의 문화와 일상을 함께 경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본 간 항공 노선의 회복 정도는.

2019년에는 일본의 27개 공항에 한국 직항 편이 운항했다. 현재는 15개 공항에서 직항 편을 운영하고 있다. 되도록 빠른 시기에 전 노선이 회복되기를 바라지만, 중국 노선을 비롯해 국제선 노선 관리에 달린 문제다.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직항 편이 운항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을 찾는 한국 여행객은 누구이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높은가.

일본을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40대 이상의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30대 연인 또는 부부, 20·30대 여성 친구들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에게 인기있는 테마는 예술, 온천, 술 등이다. 만약 이러한 주제로 일본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우선 나오시마섬.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곳으로, 축제 기간 외에도 상설 전시가 이어지기 때문에 언제든지 훌륭한 건축과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케에 관심이 있다면 일본 어디에서나 지역 양조장을 찾아볼 수 있다. 도쿄 서쪽의 오쿠타마에는 아주 오랜 전통을 간직한 양조장이 있고, 사가현의 유아호수 부근에는 효모를 자연 발효해 사케를 만드는 양조장이 있다.

한국 여행자들의 성향을 좀 더 알아가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30대 여성은 나와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는 집단이다. 때문에 주말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성수 등을 찾아 이들의 관심사나 성향을 알아가고자 한다. 답사를 통해 느낀점 중 하나는 카페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수준도 높고 개성이 뛰어나다. 언어에도 문화가 반영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조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레트로’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배웠다(웃음).
일본의 온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벳푸.
일본의 온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벳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