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감자냐 이익소각이냐"…쏟아지는 자사주 소각, 재무 따라 유형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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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의 종류와 그 효과

자사주 소각 나선 상장사 3배 급증
기업 재무구조에 따라 유형 달라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식시장에 '주주환원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자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발표가 잇따른다. 자사주 소각도 유형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 사안에 해당되기도 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48곳(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포함)으로 작년 같은 시기(16곳)보다 3배 급증했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들은 잇따라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인다.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 입장에서 언제든 되팔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 소각까지 이뤄줘야 온전한 주가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한 주주의 손에서 다른 주주의 손으로 지속 유통되다가 일시적으로 회사 품으로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회사 품으로 들어온 주식을 자기주식 또는 자사주라고 부른다.

자사주 소각은 과거 굴러들어 오는 돈을 주체할 곳이 없던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이 돈으로 주가를 올려 볼까를 고민하던 중 발견한 것이다. 미국 상장사들은 1999년 주가 급등기에 천문학적으로 이루어진 증자를 통해 크게 늘어난 주식을 다시 산 뒤 주식을 없애 주가 부양에 나섰다.

주총 필요한 자사주 소각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은 유형별로 거치는 과정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최근 OCI금호석유화학 자사주 소각 발표가 있다.

OCI는 지난 4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인적분할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주식 3만8040주를 전량 소각하는 방식의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후 자본금은 약 449억5000만원에서 약 447억6000만원으로 감소한다.

행동주의펀드 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방을 벌이는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262만4417주를 향후 3년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소각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의 소각으로,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명시했다.

OCI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이 줄어드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주주총회에서 허락받아야 한다. 이런 유형의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으로 자기 주식을 태우기 때문에 감자와 다름이 없다.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을 그대로 두는 이익 소각이라 주총을 따로 열 필요가 없다. 이사회 결정만으로도 자사주 소각이 가능하다. 이익 소각이란 배당 가능한 이익으로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을 말한다.

부실기업이 감자를 실시하기 위해 소각하는 경우와 구분하기 위해 이익 소각이라고 명시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는 감소하지만, 납입자본금은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이익 소각을 실시한 기업은 '주식 수*액면가=납입자본금'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사주 소각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납입자본금을 기초로 EPS 등 투자지표를 계산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재무구조에 따라 자사주 소각 유형도 달라

자사주 소각은 유형에 따라 기업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부채비율(총부채/자기자본*100%)이 높아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익을 얼마나 쌓아 놓았느냐는 지표인 유보율은 감자방식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면 증가한다. 그러나 이익 소각을 택하면 자본금은 변하지 않으면서 이익잉여금이 감소하므로 유보율이 줄어든다.

회사 돈으로 주식을 사서 태워 없애는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주가 관리를 위해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일반 자사주 매입과 달리 매입한 주식이 영원히 사라졌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물량이 다시 쏟아질 우려도 없다. 그만큼 주가 부양 효과가 확실할 수 있단 의미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