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전 총리 남편이자 인민당 총수 부친
파키스탄, 새 대통령에 자르다리 전 대통령 선출
파키스탄 새 대통령에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68) 전 대통령이 다시 선출됐다.

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자르다리 전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의원과 주(州) 의회 의원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411표를 얻어 제14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오는 10일 취임식을 가진 뒤 5년 임기를 시작한다.

파키스탄은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나라로 명목상 국가수반은 대통령이지만 총리가 행정부 수반으로 정치 실권을 갖는다.

파키스탄 남부 시드 지방의 부호 가문 출신인 자르다리는 1987년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베나지르 부토와 결혼했다.

부토는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딸로, 자르다리와 결혼한 뒤 1988년과 1993년 각각 11대, 13대 파키스탄 총리에 올랐다.

자르다리는 결혼 당시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1990년 사기 등의 혐의로 수감돼 있으면서 옥중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부토 전 총리가 13대 총리에 오르자 투자부 장관을 역임한다.

그는 장관 재직 시절 각종 방산 계약에서 막대한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가 드러나 처벌받기도 했다.

2007년 부토 전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유세 도중 암살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동정 심리가 작동해 그가 이끌던 파키스탄 인민당(PPP)이 승리했다.

정권을 잡은 인민당은 2008년 자르다리를 제11대 대통령으로 뽑았다.

자르다리 전 대통령은 임기 도중인 2010년 대통령의 총리 해임권을 없애고, 대통령이 가졌던 국회 해산권과 군참모총장 임명권도 총리에게 이양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이끌었다.

군부 독재기를 거치면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스스로 축소해 내각제를 정착시켰다.

그는 2013년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파키스탄 최초로 임기를 모두 마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대통령 재직 시 불법 계좌 등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돈세탁한 혐의로 2019년 다시 수감됐다가 몇 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자르다리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에 선출된 건 지난달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그의 아들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가 이끄는 인민당이 51석을 확보해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