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볶는 냄새가 살 내음처럼 거리에 배어든 곳. 높은 데서 바라봐도, 낮은 데서 바라봐도 구석구석 예술적 향취가 스며든 곳. 광주 동구를 하염없이 걸었다. 이미 본 것도 다시 보면 새로웠다.

묵직하고 깊은 역사서, 광주 원도심

광주 동구 폴리 '광주천 독서실'
광주 동구 폴리 '광주천 독서실'
겨우내 찬바람 맞을까, 안절부절못하며 숨겨둔 꽃망울이 터진다. 거리에 피어난 청춘들의 걸음이 그처럼 사뿐하고 발랄하다. 옛 전남도청이 자리한 광주 동구는 광주광역시 원도심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것이 감히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묵직하고, 깊은 역사서 같은 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것처럼 새날을 그리는 이팔청춘들로 가득해 동구를 덧칠한다.

'광주 폴리'를 아시나요?

동구 곳곳에는 ‘광주 폴리(Folly)’로 불리는 작품들이 자리한다. 사전 지식이 없다면 앞에 두고도 작품을 못 알아볼 만큼 도시에 자연스럽게 물든 폴리들. ‘Folly’의 사전적 정의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뜻하지만,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시작된 광주 폴리는 그 의미도, 작품 수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광주 동구의 '체인지 폴리'
광주 동구의 '체인지 폴리'
기회가 된다면 이들 폴리를 여행지도 삼아 하나씩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할 터. 동명동 거리 한복판, 건물(영상복합문화관) 옥상에 ‘CHANGE’라고 쓰인 ‘뷰폴리&설치작업 자율 건축’을 찾아 나섰다. (작품명이 워낙 길어서 보통 ‘체인지 폴리’로 불린다.)
광주 동구 '체인지 폴리' 영문 철자를 직접 돌려 움직일 수 있다
광주 동구 '체인지 폴리' 영문 철자를 직접 돌려 움직일 수 있다
지상에서 올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기둥마다 하나씩 새겨진 영문 철자를 관객, 즉 행인이 직접 돌려볼 수 있다. 묵직한 철제 기둥은 생각보다 쉽게 회전하고, 면마다 색이 다르다. 좀 전에 지상에서 바라본 체인지가 체인지되었다. 형태도, 색도, 담은 의미도 저마다 다르지만 광주 폴리는 하나같이 사람이 함께해야 비로소 완성되었다.

고의적 방황 'ACC' 하세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sia Culture Center)을 처음 찾는 누구나 길을 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옛 전남도청 일원에 2008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건립된 ACC는 지하 4층, 지상 4층 높이에 대지면적 9만 5452㎡, 연면적 15만6673㎡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 가이드북을 봐도 입만 쩍 벌리고 있는 기자를 위해 ACC 교류홍보과의 강성철 사무관이 든든한 동행인으로 나서주었다.
광주 동구, ACC 문화정보원
광주 동구, ACC 문화정보원
“ACC는 민주평화교류원을 중심으로 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예술극장 등 5개 원으로 구성되었어요. 그중 민주평화교류원은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으로 옛 전남도청 본관을 비롯해 총 6개의 보존 건물과 방문자센터로 이뤄져 있습니다. ACC가 지하 공간에 건축된 것도 민주평화교류원에 새겨진 넋과 시대정신을 존경하고 잊지 않으려는 마음입니다.”

속담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던가. ACC는 아시아 특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최상의 시설과 콘텐츠, 네트워크를 보유함과 동시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지하 25m서부터 조성되었다.

“광장 너머로 ‘빛의 숲’이라는 네모난 구조물을 보셨을 거예요. 빛의 숲은 ACC 모든 공간에 자연광을 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지하 25m임에도 불구하고 갑갑하거나, 어둡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광주 동구 문화창조원
광주 동구 문화창조원
여기에 하늘마당·옥상정원·대나무정원 등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다양한 정원은 역사, 예술, 세대를 넘나들며 서로가 소통하는 데 끈끈한 역할을 한다. 문화정보원의 라이브러리파크에서는 시민이 수많은 책을 무료로 열람하며 지식을 쌓고 휴식의 기쁨을 누린다.

광주 동구 여행1번지 '동리단길 카페거리'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 광주 동구에서는 농이 아니다. 지도 앱에서도 당당히 ‘동리단길 카페거리’로 불리는 동명동 일대는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 카페들이 주변 거리로 점점 퍼지는 중이다.

부촌에서 학원의 메카 -> 커피거리
광주 동구 동리단길 카페거리
광주 동구 동리단길 카페거리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고급주택이 들어서며 부촌으로 통했던 일대는 2000년대 중반 ‘학원의 메카’로 불릴 만큼 수많은 학원들이 들어섰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기다리며 쉬기도 하고, 서로 정보도 교환하던 장소로 카페가 인기를 끌며, 오늘날 동리단길 카페거리가 탄생한 것이다. 잘 가꿔진 정원을 갖춘 카페, 고즈넉한 한옥 카페, 화려한 건축물로 압도하는 카페부터 포토 스튜디오, 편집숍 등 개성 강한 가게들에 시선을 뺏겨 걷다보니 어느새 광주역에 서있다.
광주 동구, 푸른길공원
광주 동구, 푸른길공원
지난 2000년 경전선 노선이 변경되면서 도심구간의 10.8km에 이르는 철길이 폐선되었다. 이에 시민, 단체, 전문가들이 한뜻으로 폐선 부지 활용 방안을 모색했고, 그 결과 푸른길이 탄생했다. 기자가 걸어온 동리단길 카페거리에서는 30여 분, 광주역에서는 10여 분 거리에서 푸른길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날 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둘도 없는 쉼터로 사랑받는 푸른길은 8.1km에 달하는 선형공원(가로형 도시숲)으로 도시재생 사업의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여정의 즐거움

마음 심을 먹는
광주 동구 비움박물관
광주 동구 비움박물관
쫄깃한 찰기가 느껴지는 주먹밥, 두부로 만든 멘보샤, 버섯강정, 담백한 전골까지 비건채식한상이 푸짐하다. 지난해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오월밥집’은 민청학련 피해자들이 직접 마련한 건물에 자리하며, 100명의 광주 시민이 100만 원씩을 모아 만든 특별한 식당이다.
광주 동구 예술길15번길 10-1

무등산과 보리밥의 하모니
광주 동구 보리밥 정식
광주 동구 보리밥 정식
무등산 자락을 건너는 지산유원지 모노레일을 탑승했다. 아찔한 높이와 심장 짜릿하게 흔들리는 승차감에 저기가 무등산 정상인지, 팔각정인지 뵈는 게 없다. 땀 흘리는 산행 없이도 칼로리를 다 소진한 기분. 산행 후 먹는다는 보리밥 정식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비웠다.
광주 동구 지호로127번길 10-7, 팔도강산

여정을 돕는 10pick

비움박물관
광주 동구 비움박물관
광주 동구 비움박물관
모진 세월 속에 사라진 역사와 유물은 얼마나 많은가. 40여 년에 걸쳐 2만여 점의 민속품을 수집한 이영화 관장 덕에 근 백 년 어버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광주 동구 제봉로 143-1

동리단길 카페거리
카페를 좋아한다면 광주 동구는 당신의 넘버 원, 여행지가 되어줄 것이다. ‘동구 동명동’ 지명보다 ‘동리단길 카페거리’가 더 익숙하다.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카페들이 일대에 성업 중이다.

타랑께
광주 동구에서 서구를 가로지르는 광주천
광주 동구에서 서구를 가로지르는 광주천
빛고을마루를 지나 두물머리나루까지 3.2km, 광주시 공공자전거 ‘타랑께’를 빌려 타고 수변길을 달린다. 2.6km를 더 나아가면 영산강 합류지점, 광주천의 목적지에 도달한다.
https://tarangge.gwangju.go.kr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아시아 문화의 총람이자 광주 동구 예술여행의 중심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연중 공연과 전시가 열리며, 나라·성별·세대 간 벽을 허문다.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지산유원지
광주 지산유원지
광주 지산유원지
처음 리프트를 탔을 때만 해도 여유만만이었는데, 광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모노레일을 타고는 눈앞이 깜깜. 아찔한 높이와 심장 짜릿하게 흔들리는 승차감에 어디가 무등산 정상이고 팔각정인지!
광주 동구 지호로164번길23

광주 폴리
광주 동구의 '체인지 폴리'
광주 동구의 '체인지 폴리'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전망. 도심 한복판 옥상에 설치된 뷰폴리에 서면 ACC의 전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몰 무렵 풍경은 특히 장관!
광주 동구 제봉로 96, 광주영상복합문화관 8층

서석초등학교
예술의 거리 내 중앙초등학교와 함께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서석초등학교. 붉은 벽돌의 외관과 입구에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광주 동구 제봉로82번길 26

푸른길
광주 동구, 푸른길공원
광주 동구, 푸른길공원
푸른길과 농장다리를 연결하며 자연스럽게 공원의 일부가 된 11번째 광주 폴리 ‘푸른길 문화샘터’. 푸른길을 걸으며 기능을 다한 철로, 농장다리에 얽힌 이야기, 도시재생에 답도 얻는다.
광주 동구 동명동 284-16, 푸른길공원

광주 예술의 거리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밀집해 다양한 전시와 문화행사가 열린다. 예전보다 규모는 훨씬 작아졌지만 고미술품, 1950~60년대 생활용품을 파는 개미시장도 열린다.
광주 동구 궁동 78

동구예술여행센터
광주 동구예술여행센터
광주 동구예술여행센터
'예술의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구예술여행센터. 단체, 예술가, 여행인 누구나 편히 방문해 정보를 교류할 수 있으며, 예술관광과 관련한 콘텐츠 개발, 기업 육성, 실무 교육에 앞장선다.
광주 동구 예술길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