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전공의 55% '6천415명' 무더기 사직…1천630명 근무이탈
"병원현장 이미 아수라장"…수술·입원 연기 속출, 장기화하면 큰 피해 예상
'자녀 수술에 휴직했지만, 입원 지연' 사례도…불안한 환자들 '부글부글'
썰렁한 여론…"전공의 노동시간 단축 필요한데, 의대증원 반대는 이율배반적"
전공의 절반 환자 외면했다…'의료대란'에 환자 "암 키우란거냐"(종합)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상당수가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의료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고 환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라"고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파업으로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의대 증원 추진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공의 절반 환자 외면했다…'의료대란'에 환자 "암 키우란거냐"(종합)
◇ 전공의 6천415명 무더기 사직…"역사 반복해선 안돼"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주요 수련병원 100곳 수련병원 전공의의 55% 수준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우려했던 대로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이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천630명만 근무지를 벗어났으며 사직서를 낸 뒤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전공의들이 애초 밝혔던 근무 중단 시점이 20일인 만큼 이날 진료를 하지 않는 전공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근무를 멈춘 전공의들은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개최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법대로' 원칙을 강조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10곳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758명에게 이미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렸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라면서 "여러분이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파업 때마다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곤란을 겪었다"며 "정부는 또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이런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酬價)를 인상하고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 대신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개별적인 자유 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폭력', '독재' 등의 단어를 사용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사직해 직장이 없는 의료인들에게 근로기준법과 의료법을 위반한 강제 근로를 교사하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에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해 비난하고, 폭력적인 명령으로 강제근로를 시키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입장문에서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으로 인해 환자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다른 직군에 떠넘겨지고 있다"며 "의사들은 조속히 정상 진료에 복귀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성명을 내고 "전공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전공의 절반 환자 외면했다…'의료대란'에 환자 "암 키우란거냐"(종합)
◇ "아수라장 돼가는 병원"…정부 신고된 수술 취소만 25건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이 가속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전국의 대형병원 곳곳에서 환자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곳곳에서 수술과 입원이 연기되고, 퇴원은 앞당겨지는 등 환자 불편이 현실화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이날 응급·중증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당장 21일부터는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병원들은 일단은 전공의들의 빈 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대응할 예정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환자 불편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날 오후 6시까지 34건이 접수됐다.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 등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신고 사례 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입원이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환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오는 26일 수술 예정이었다는 한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암 수술 전부터 취소라니, 암 환자는 암을 키우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보호자는 어머니가 최근 폐암 진단을 받아 서울시내 '빅5' 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기 위한 검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당장 검사도 못 받게 생겼다면서 무기한 연기되는 게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춘천 지역 맘카페에는 "강원지역 병원 파업으로 서울 병원까지 온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본의 아니게 아픈 게 문제다", "전공의들 없이 교수님들로만 병원이 돌아가는 탓에 응급수술을 받아주지 않았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환자와 함께 대구 영남대병원을 방문한 보호자 A씨는 "환자가 위독한데 수술이 많이 밀렸다.

충분히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너무 혼잡스러운 상황"이라며 "의사 밥그릇 챙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성명에서 "이미 병원 현장이 아수라장"이라며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된 사례도 나왔다"고 밝혔다.

전공의 절반 환자 외면했다…'의료대란'에 환자 "암 키우란거냐"(종합)
◇ 의대생 1천129명 집단 휴학계 제출…"증원으로 날림 의사 양성 안돼"
의대생들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한꺼번에 휴학계를 내는 일도 현실화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7개교에서 1천129명이 집단으로 휴학 신청을 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고 이날 동맹(집단)휴학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의대협은 이날 성명에서 "날림으로 양성된 의사로부터 피해를 볼 미래 세대와 환자의 건강, 증원으로 인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할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금일부로 동맹 휴학계 제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의대협 내부에서는 휴학이 학생들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업·실습 거부가 먼저라는 의견 등 단체행동의 수위와 시행 여부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2만명에 이르는 의대생을 대표하는 단체가 집단행동을 결의하고 이러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공지한 만큼 참여자 수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의과대학 교무처장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들어올 경우, 요건과 처리 절차를 정당하게 지켜 동맹휴학이 승인되지 않도록 학사 관리를 엄정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 절반 환자 외면했다…'의료대란'에 환자 "암 키우란거냐"(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