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50% 할인이라는 말을 믿고 전화를 돌린 시간이 너무 아깝네요.”

장애인 가족을 둔 A씨는 최근 동남아시아 가족 여행을 계획하면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발급받을 때 안내받은 ‘항공권 할인 50%’ 혜택을 떠올렸다가 골탕만 먹었다.

A씨는 처음엔 온라인으로 시도해봤다. 대형 항공사에서도, 저비용항공사(LCC)에서도 결제 단계에서 장애인 할인이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항공사 챗봇 서비스는 ‘국제선 장애인 할인’이라는 명령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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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진 A씨는 총 5개 항공사에 전화를 돌렸다. 상당한 대기시간을 감수하고 상담사와 연결된 그가 확인한 것은 “50% 혜택은 모두 국내선 한정이고, 정가 대비 할인이므로 시중가 대비 싸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답이었다.

그가 원하던 국제선에 대해선 저비용항공사 모두 “혜택이 없다”고 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가 대비 10% 할인을 제시했다. 정가 대비 10% 할인은 여행사 판매 티켓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A씨는 “안내 문구를 확인하느라 적잖은 시간을 들였는데 결국 별 혜택이랄 게 없었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 등이 장애인에 대해 항공권 50% 할인 혜택을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한국경제신문이 각 항공사 홈페이지와 복지부 및 지자체의 유인물을 확인한 결과, 장애인 항공권에 관한 안내는 중구난방이었다. ‘심한 장애(중증장애)의 경우 50% 할인, 심하지 않은 장애(경증)는 30% 할인’이라는 내용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국제선과 국내선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제선 할인을 기대한 A씨가 허탕을 친 이유다. 책자 등이 아니라 말로만 설명해주는 지자체도 여럿이었다.

할인 조건도 까다롭다. 동반자 좌석과 별개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용 티켓만 따로 예매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플렉스 요금 이상 고가 요금을 선택할 때만 10% 할인을 해주고, 경증장애인(4~6급)은 동반자 할인을 적용받을 수 없다. 중증과 경증을 나누는 급수도 항공사마다 제각각이다. 중증의 기준이 1~3급인 곳도, 1~4급인 곳도 있고 소아장애인 여부를 따진 뒤 다시 급수를 나눠 할인율을 차등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담당부처인 복지부나 말단에서 안내하는 지자체는 ‘내 책임은 아니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사이트 내용을 이용해 복지혜택을 안내하는데, 해당 시스템에 그 정보가 없다 보니 정확하게 안내하지 못한 것 같다”며 “민간기관이 자발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하라 마라 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항공사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을 통해 내용을 알아보고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각 항공사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는 힘쓰고 있지만, 장애인 할인 혜택을 확대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은 없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할인 혜택 고시 의무가 별도로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의무하는 규정이 있다면 성실히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의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실질적으로는 돈을 아끼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오유림/최해련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