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정책집단 존속 용인…언론 "기시다, 아소 배려한 탓에 핵심 내용 빠져"
"파벌 모금 행사 금지했지만 개인은 가능…개각 인사추천 물밑서 이뤄질 수도"
日자민당, 개혁안 내놨지만…"35년전보다 후퇴·효과 의문" 비판
일본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정치개혁 논의 성과를 담은 쇄신안을 내놨지만, 내용이 35년 전 개혁안보다 후퇴했고 실효성도 의문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현지 언론이 26일 진단했다.

자민당은 전날 임시 총무회에서 이번 비자금 사태의 온상으로 지목된 파벌을 자금 모집과 인사 추천 기능이 없는 '정책집단'으로 변모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정치개혁 중간 정리안을 확정했다.

정리안은 파벌이 정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열었던 행사인 '파티' 개최를 금지하고, 명절을 맞아 의원들에게 나눠줬던 '떡값'을 폐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개각과 당 간부 인사 시에 파벌과 협의하던 관행을 없애고, 정책집단의 자금 수지 보고서에 외부 감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비자금 스캔들에서 파벌 간부는 법적 책임을 피하고 전현직 회계 책임자만 기소된 것을 감안해 앞으로는 회계 책임자가 체포·기소되면 관계된 의원도 처벌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파벌 해산에 부정적인 일부 의원들을 고려해 파벌이 정책집단으로 존속하는 것은 용인했고, 이에 따라 기존 6개 파벌 중 해산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아소파'와 '모테기파'는 정책집단으로 남게 됐다.

자민당 총재이자 쇄신본부장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총무회에서 "중간 정리안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정치개혁에 끝은 없기에 험준한 여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벌 철폐를 선언하지 않은 이번 개혁안에 대해 도쿄신문은 "35년 전에 파벌 해소에 대한 결의를 나타낸 자민당의 '정치개혁 대강(大綱)'보다도 후퇴했다"며 "정치개혁 대강에서 요구했던 당 간부와 각료 취임 시 파벌 탈퇴를 이번 개혁안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 대강은 일본에서 전후 최대 정경유착 스캔들로 알려진 이른바 '리쿠르트 사건' 이후 자민당이 신뢰 회복을 위해 만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도 자민당 개혁안에 대해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등을 배려해 중요한 내용이 빠졌고, 실효성도 불투명하다"며 기시다 총리가 파벌 유지 의향을 드러낸 아소 부총재와 회동한 이후 '파벌 사무소 폐쇄', '각료와 당 간부의 파벌 탈퇴' 같은 사안이 논의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파벌의 파티 개최 금지와 무관하게 파벌 간부가 개인적으로 파티를 여는 것은 가능하고, 개각 시 인사 추천도 수면 아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쇄신본부가 비자금 실태 해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정치자금 관련 법률 개정에 대해서도 '정비를 서두른다'는 정도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자민당의 한 중견 의원은 "일시적으로 비판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면 전환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안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편, 자민당 가장 규모가 작은 파벌이었던 '모리야마파'는 전날 해산을 결정했다.

또 모테기파 소속인 오부치 유코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파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