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중앙동에 짓는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는 작년 8월부터 공사가 멈춰서면서 130여 명의 입주 예정자가 발을 구르고 있다. 호남 지역 기반 건설사인 거송건설이 작년 하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시행사 더유은도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2일 뒤늦게 보증사고 현장으로 분류했다. 업계에서는 밀린 하도급 대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제로 입주 예정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지방 중소형 건설사가 무너지면서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산업 생태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건축설계, 중개업소, 도배 업체 등 건설 관련 업종도 역대급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 문을 닫은 종합·전문건설사(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기준)는 전국에서 255곳이다. 지난해는 2347곳이 폐업해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약 2만 개 종합건설사 중 지난해 부도가 난 곳은 22개로, 2022년(14개)보다 50%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 중소형 건설사를 옥죄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554가구로, 1년 전(7165가구)에 비해 19.39% 늘었다.

입주 예정 단지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사 유동성 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준공한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단지 앞에 걸린 유치권 현수막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가구·건자재 업체 실적도 고꾸라지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30~40년간 이런 위기는 없었다”며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돌 정도”라고 했다.

유오상/민지혜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