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대폭 늘리는 등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확 낮춘다. 반면 전세자금 대출 등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는 등 가계대출은 지금보다 옥죈다.

금투세 폐지키로…ISA 납입대상·비과세 한도 대폭 확대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형성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이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금투세 폐지를 예고하면서 "ISA 등 국민의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나온 후속대책이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금투세를 폐지키로 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 금투세를 두고 이른바 '큰 손'들의 이탈로 증시 전반에 타격을 있을 것이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에 국회가 금투세 시행을 기존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한 바 있는데, 정부는 이번에 아예 폐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8년 560만명이던 국내 개인투자자는 2022년 1424만명으로 대폭 늘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의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우리 시장 역시 다른 나라 시장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인 세율 인하를 추진해온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인하하기로 했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0%로 낮춰진 데 이어 올해 0.18%, 내년 0.15%로 인하될 전망이다.

또 ISA의 납입 한도와 배당·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겠단 계획도 이날 토론회에서 새로 공개됐다. ISA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비과세 한도는 현행 200만원(서민·농어민용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용 1000만원)으로 2.5배 높인다.

이와 함께 국내 주식 및 펀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형' ISA 상품을 별도 신설해 ISA 가입이 안 됐던 금융소득종합과세자도 가입을 허용한다. 다만 이 상품은 비과세 혜택 없이, 15.4% 분리과세만 적용할 예정이다.

전자주총 제도화…가계대출 규제는 강화

세금뿐 아니라 소액주주 권리 보호 위한 상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사가 회사 사업기회를 유용하지 못하게 손해배상 책임 구체화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해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또 쪼개기 물적 분할을 막기 위해 상장법인뿐 아니라 비상장법인의 주주라도 물적 분할을 반대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기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배당 규모를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결산배당 절차 등도 개선하기로 했다.

또 이미 추진 중인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도개선도 계속 추진한다. 불법 공매도, 불공정 거래 적발 및 처벌을 강화하고 자사주·전환사채(CB) 제도 개선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자주주총회를 제도화하는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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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대신 가계부채는 규제를 더 강화한다.

금융위는 DSR 적용 예외 범위에 들어있는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해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실수요자와 취약 차주의 주거 안정성을 고려해 우선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이자 상환분만 DSR에 포함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주택시장 상황 등을 검토해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에 주요 요인이 됐다는 지적들이 있다"며 "전세대출에도 점차 DSR을 적용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출상품에 대해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도 연내 도입한다.

다음 달 26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시작으로 6월 은행권 신용대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연내 전 금융권 모든 대출에 적용된다.

윤 대통령은 "대출이자와 상환 조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이 이러한 정보를 비교해서 판단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며 "올해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까지 투명한 플랫폼을 통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한 시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