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간첩을 대상으로 ‘난수(亂數)방송’을 하던 북한의 대남 라디오 채널인 ‘평양방송’이 송출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일 노선 변경에 따른 북한의 대남 기구 축소·폐지가 본격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평양방송의 전파 송출이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평양방송은 한국 주민에 대한 선전·선동을 목표로 1960년대부터 운영됐다.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물리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 178페이지 99번, 78페이지 40번…” 등 난수방송을 통해 남파간첩에게 지령을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난수방송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다가 2016년 재개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또 “대남 선전 매체로 활용해온 인터넷사이트 ‘통일의 메아리’ ‘우리민족끼리’ ‘류경’ ‘조선의 오늘’ ‘려명’ 등도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대남 사업 기구를 모두 정리·개편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다만 강경 행보는 ‘보여주기식’ 성격이 강한 만큼 추후 노선을 다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추정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탄도미사일 도발은 올해 처음이다. 이번 발사체는 신형 고체연료 IRBM이나 변칙 기동으로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