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EPA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EPA
유럽연합(EU)이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SOS'를 쳤다. 스위프트가 미국에서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의 투표를 독려했듯, 오는 6월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르가리티스 스히나스 EU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테일러 스위프트가 오는 5월 유럽에 온다"며 "나는 스위프트가 유럽의 젊은 층을 위해 (미국에서 그랬듯) 같은 일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스히나스 부집행위원장은 "스위프트의 유럽 투어 첫 공연이 열리는 오는 5월 9일이 마침 EU가 기념하는 '유럽의 날'"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젊은 사람만큼 젊은 유권자를 더 잘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지난해 9월 스위프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젊은 층에 유권자 등록을 요청하자, 하루 만에 3만5000명이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위프트의 언론홍보 담당팀 중 누군가가 이 기자회견을 보고 우리의 이런 요청을 스위프트에게 전달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과 관련, 일각에서는 유럽의회 선거가 다가오면서 젊은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려고 고심하는 EU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1979년부터 시작된 유럽의회 선거는 1999년 이후 2014년까지 계속 50% 미만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투표율도 계속 낮아져 2014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42.61%를 기록했다.

직전 선거인 2019년 투표율이 50.66%로 20년 만에 처음 50%를 넘겼는데, 당시 10대 유권자의 높은 투표율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회원국은 EU법에 따라 저마다 선거연령을 정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독일·몰타·벨기에 등 4개국은 선거 가능 연령이 만 16세부터이며, 그리스는 17세부터, 나머지 회원국의 경우 18세부터 참정권이 있다.

올해 선거에선 유럽 각지에 몰아친 '극우 돌풍'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면서 젊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EU는 판단하고 있다. 스히나스 부집행위원장도 "이제는 청년이 투표권을 행사해 EU 정책을 칭찬 혹은 비판할 시기"라며 "그러려면 2019년처럼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6월 6∼9일 EU 27개국 전역에서 실시되는 올해 선거를 통해 5년 임기 720명의 유럽의회 의원이 선출된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