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AI와 우주, 한국에 오지 않은 미래
엔켈라두스(Enceladus)는 토성의 여섯 번째 위성(지름 약 500㎞)이다. 지구 크기의 4%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위성 표면 두께 10㎞ 얼음층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가득하다. ‘토성의 물탱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최근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엔켈라두스 표면에서 1만㎞에 가까운 거대 수증기 기둥을 발견했다. 엔켈라두스 지름의 20배 규모다. 토성의 강력한 중력은 엔켈라두스 얼음층 아래 물을 휘젓는다. 뜨거운 마찰열 발생이 예상된다. 지구 심해 열수 분출구처럼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들이 우주 생명체 탐사와 관련해 엔켈라두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토요칼럼] AI와 우주, 한국에 오지 않은 미래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엔켈라두스 탐사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적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 8개 소형 우주선을 엔켈라두스 궤도에 배치한 뒤 물기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현장에서 실시간 분석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구에서 토성까지 명령을 보내고 결과물을 다시 받으면서 발생하는 지체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르면 2030년대 후반 AI를 장착한 로봇 착륙선도 보낼 예정이다. 얼음층 사이 균열을 스스로 찾아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설계하고 있다. 이외에도 NASA는 화성 탐사 로버 자세 제어, 달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 프로젝트 등에 AI를 적용할 방법을 속속 찾아내고 있다.

지구로부터 수억㎞ 떨어진 별을 항해하는 우주선을 지구에서 조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를 인간이 분석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 다른 임무와 환경에 맞게 우주선을 설계하는 것도, 우주선마다 용도가 다른 수만 개의 부품을 제작하는 것도 인간 지능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NASA를 필두로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중국국가항천국(CNSA) 등 세계 각국 우주개발 기구들이 앞다퉈 AI에 투자하는 배경이다. 공상과학(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표현처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시야를 토성에서 지구로, 세계에서 한국으로 좁혀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국에는 이런 미래가 아직 와 있지 않다. 우주 개발을 전담할 마땅한 정부 기관 하나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특별법 초안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보도한 지 벌써 1년이 돼 간다. 그러나 연내 개청이 목표였던 우주항공청은 차관급에 불과한 청장 지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직속 기관화 여부, 직접 연구개발(R&D) 수행에 대한 이견 등으로 해를 넘겨서도 기약이 없다. 우주 탐사에 적용할 AI를 개발한다는 소식 역시 전혀 들은 바 없다. 우주를 개척하지 못하고, 더욱이 AI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영원히 선진국 꽁무니만 쫓는 2류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나중에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그래도 국회는 느긋하기만 하다. 외신에서 나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라는 단어가 두려운 이유다.

한경 창간 60주년 특별기획 태스크포스(TF) 팀 일원으로 AI와 우주에 대한 세계 각국 R&D 동향을 취재했다. 앞으로 다가올 60년에는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지 학술적 의미를 담아 고민했다. 미래학(futurology)은 과거 역사적 사실과 현재 데이터를 분석한 뒤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사회과학의 한 갈래다. 앞선 언론인들이 아주 오랜 과거에 제시한 문제의식과 역사적 흐름을 살폈다.

1965년 10월 12일 창간 1주년을 맞은 한국경제신문 1면에는 그간 소회를 정리한 사설 격 기사인 ‘시야비야(是也非也)’가 실렸다. 기사 중 눈길을 잡아끈 문장이 있다. “지구의 공전과 같은 자연의 운행에서 잘라낸 365일이라는 시간의 단위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위하게 보낸 누천년(累千年)의 세월은 보람 있는 며칠만도 오히려 못하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2024년이다. 극적인 변화 없이 그저 흘러가는 ‘크로노스’적 시간 흐름 속에서 단절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카이로스’적 시대를 맞았다. 세계 각국의 AI를 활용한 우주 개발 경주에서 더 이상 뒤처져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