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외관./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외관./사진=태영건설 제공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유동성 악화설에 휩싸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지난 9월 '유동성 위기' 소문에 이어 최근 '워크아웃설'에 휩싸였다. 원인은 부동산 PF 우발채무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이다.

보고서는 태영건설에 대해 "우발채무가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으로 과중하다"며 "만기구조는 비교적 분산돼 있으나, 미착공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 시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하고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점도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다만 태영건설 관계자는 "국가가 보증해주는 사회간접자본(SOC) PF 1조원과 분양이 75% 이상 완료돼 금융권이 안정적으로 보는 PF 1조원 등 2조원을 뺀 나머지 PF는 2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말 롯데건설의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를 4조97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자기자본에 대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전체 PF보증 사업장 중 미착공 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은 분양경기 침체 국면의 높은 불확실성 상황에서 재무위험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 한경DB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 한경DB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재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기업도 다수다. 고금리 속 주택매수 심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분양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 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000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합산 PF 보증은 2017∼2018년 14조8000억원, 2019년 15조6000억원, 2020년 16조1000억원, 2021년 21조9000억원, 2022년 26조1000억원으로 2020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건설업계의 PF 관련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공통으로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형 건설사들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며 금융환경이 악화한다면 대형 건설사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본다.

한편 PF는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사업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구조상 위험성이 있어 시행사의 PF에 대해 시공사가 사실상 연대 보증인 신용보강을 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불황 국면에서다. 시행사가 부도가 날 경우 PF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채무를 떠안게 된다. 이를 '부동산 PF 우발채무'라고 한다. 현재는 빚이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단 뜻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저금리와 개발 수요 등으로 최근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등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